시작부터 강렬한 일렉기타 소리가 곡의 정체성을 설명한다. 강한 베이스와 비트감, 일렉기타가 설명해주는 곡은 펑크하고 하드한 록이다. 70년대 하드록의 감성을 그대로 담았다는 설명처럼 빌리의 링마벨은 일렉을 시작으로 벌스부터 코러스까지 착실하게 음을 쌓아간다. 기교 부리지 않고 우직하게, 하드록의 매력을 보이기 위한 담백한 곡이라고 생각한다. 빌리의 유니크한 성격을 보이기엔 충분한 곡이라는 생각도 든다.
타이틀곡 외로 추천할만한 곡이 있다면 아무래도 $UN palace라고 할 수 있겠다. 고전적인 리듬의 비트 위에 밍지션 작가 특유의 몽환적인 사운드와 멤버들의 화음이 얹히면서 레트로하면서도 몽환적인 느낌이 물씬 나는 곡이다.
그럼에도 지금 이 시점에 이 곡은 빌리에게 꼭 필요한 곡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 악기를 사용했다는 앨범의 설명대로, 기타와 드럼의 질감은 마치 정말 락밴드의 그것 같지만, 그래서인지 조금은 투박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뭔가가 계속 터지긴 하지만, 뭔가 묘하게 귀를 사로잡는 포인트는 부족하다. 자극적인 음악 속에서 이런 우직한 음악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이런 건 조금 더 팀이 안정화되고 난 뒤에 해도 충분하다.
빌리는 긴가민가요의 직캠 덕에 상승세의 흐름을 탔다. 대중의 관심이 그들을 향했고, 이건 아마 다시는 오지 못할 기회일지도 모른다. 그 관심이 흩어지고 옅어질 때 즈음인 지금 이 앨범을 발매한 것도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포인트이지만, 이 시점에 이렇게나 대중을 의식하지 않은 타이틀곡을 들고 나온 것은 더 큰 아쉬움을 낳는다.
락이라는 장르부터가 애초에 대중에게는 익숙지 않은 장르다. 게다가 팝과 섞인 틴락도 아니고, 발라드와 섞인 발라드락도 아니고. 굳이 70년대 바이브가 물씬 풍기는 하드락을 선택한 데엔 아마 빌리의 그룹 정체성이 한 몫하겠지만, 지금은 그게 문제가 아니라는 느낌도 든다. 단순하되 귀에 꽂히는 후킹 사운드를 중심으로 크게 터지는 부분 없이 이어지는 게 요즘 음악의 트렌드다. 하다못해 레트로로 갈 거라면 신스팝과 하우스 장르의 재탄생이 트렌드라고 ㅂ로 수도 있다. 빌리는 이런 트렌드와는 아예 다른 선택을 했다.
그렇다고 대중의 관심에서 벗어난 장르를 선택하게 할 정도로 걸출한 곡이냐? 그건 또 아니다. 그냥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 곡이다. 빌리라는 그룹 멤버들의 조화나 세계관, 특유의 스타일링 등을 아꼈던 내 입장에선 아쉬울 따름이다. 정체성을 보이는 건 잠시 뒤로 미루고, 좀 더 대중적인 곡을 골라 일단 인지도를 더 확보하는 게 필요한 수순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