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보 Sep 20. 2022

NCT 127 - 질주(2 baddies)

The 4rd Album Review


타이틀곡 질주에서 시그니처 신스 소리와 강한 베이스와 비트감이 곡의 무드를 잡았다면, 곡에 재미를 주는 건 멤버들의 보컬과 랩이라고 볼 수 있겠다. 특히 마크와 태용 특유의 플로우로 휘몰아치는 벌스의 랩은 곡에 유머러스함을 더한다. 장난기 있는 벌스와 에너제틱한 코러스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하는 부드러운 프리코러스의 보컬들도 호평할만 하다.


다만, 전개가 상대적으로 평이하고 코러스에서 드롭되는 형태의 힙합인 터라 조금은 지루하다는 느낌도 든다. 타이틀곡이라기보단 공들인 수록곡 같다는 인상도 없지는 않다. 그럼에도 트랙을 채운 매 사운드에 공을 들인 것, 들으면 들을수록 베이스와 비트에 집중하게 되는 것 등을 보면 타이틀 감이라는 생각도 든다.


수록곡 중 추천할만한 곡은 단연 타임랩스와 불시착.

신스 소리와 하이햇, 킥 사이를 비워둔듯한 단조로운 벌스 사운드와 보컬의 조화는 타임랩스라는 곡이 알앤비 장르임을 확실하게 보인다. 점점 고조되는 프리코러스에서의 몰아치는 랩은 꼭 힙합 곡처럼도 보인다. 디브릿지에선 피아노와 베이스가 어우러지며 재지한 느낌마저 난다. 어떤 파트가 나오든 빈틈이 없고, 계속 새로운 파트처럼 느껴지도록 세밀하게 짜여진 곡이라는 느낌이 든다. 사운드가 매 음역 꽉 찼다는 느낌이 없이도 이토록 세련되고 좋은 곡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여백의 미를 보이는 곡이라 할 수 있겠다.


우주를 연상케 하는, 별가루를 청각으로 만들었다면 이런 느낌일까 짐작하게 하는 신스 사운드, 강조되는 베이스, 그리고 보컬들의 부드럽고 몽환적인 가창이 어우러진 불시착의 벌스는 그 자체로 사랑스럽다. 송폼이 다이내믹하거나 기승전결이 확실하지 않더라도, 에너제틱한 챈트와 간드러지는 보컬이 조화된 코러스는 이 곡의 매력을 배가시킨다. 코러스에서 챈트 구성을 따르는 송폼은 조금 아쉽지만 베이스와 비트의 무게감과 별가루 뿌려진듯한 fx, 디브릿지에서 들어가는 하이햇이나 피아노 소리확실히 곡 분위기를 환기해준다.




전작 Sticker은 Nct 127만의 특징을 굳혔지만 대중성에서 지나치게 멀어졌고, Sticker 이후 나온 리패키지 Favorite은 대중성에 집중하였으나 그만큼 127만의 색은 옅었기에 그 캐릭터성을 제대로 보이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두 개의 활동을 지나면서, 그리고 긴 공백기와 월드 투어를 지내면서 127은 팬덤의 유입과 유지보다는 팬덤의 탈락이라는 유감스러운 상황을 맞이했다.

게다가 맏이 멤버 태일의 군 입대를 약 반 년 정도 남긴 이 시점에서, 127에겐 그들의 팬덤을 굳건히 유지하고 새로운 팬들의 유입을 위한 전략이 필수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이번 앨범과 타이틀곡 '질주'지난 127의 히트곡들인 Cherry Bomb, 영웅 등의 문법을 따르는 방식으로, 127만의 '네오함'과 대중과의 적당한 타협을 본 곡이라고 해석할 수 있겠다. 세련되고 '네오'하지만 결코 어렵지는 않다. 게다가 챌린지를 통한 유행이 케이팝의 필수 요소가 된 바, 타이틀곡 질주의 단순하지만 중독적인 코러스 최근 트렌드를 십분 의식한 선택 같다. 조금 더 터지면서 화려한 곡을 낼 수도 있지 않았을까, 더 다채로운 구성을 보일 수 있지는 않았을까 아쉬움도 남지만, 질주가 타이틀이 될 이유는 이토록이나 충분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BLACKPINK - BORN PINK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