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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보 Oct 05. 2022

슬기 - 28 Reasons

The 1st Mini Album Review


슬기의 첫 번째 솔로, 28 reasons. 지나치게 기대한 탓일까? 기대한 만큼 부응해주지는 못했다는 느낌이 여실히 드는 타이틀곡이다. 인트로와 벌스를 이끄는 강한 베이스감은 빌리 아일리시의 중반기를 연상케도 하고, 짧은 프리코러스 뒤로 이어지는 코러스의 휘파람 소리는 레드벨벳의 벨벳 컨셉과 아이린과 슬기 유닛에서  이어지는 특유의 오싹함을 더욱 배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것은 미니멀함을 추구한 벌스와 프리코러스에서 코러스로 이어지는 곡의 구성과 멜로디가 지나치게 예상 가능하다는 점이다. 코러스의 사운드가 벌스와 프리코러스처럼 단순한 것도 아니고, 포인트 요소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곡이 전반적으로 심심하고 세련되지 못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아마도 코러스의 단조로운 멜로디일 테다. 터지지 않는 음악은 이미 케이팝 리스너들에게도 익숙하다. 이 점을 지적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미니멀함을 추구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터지는 케이팝 특유의 스토리 연결이 있는 것도 아니다. 아쉬운 코러스는 곡을 지루하고 올드하게 만든다.


차라리 같은 결의 수록곡인 2번 트랙 Dead Man Runnin'이 조금 더 매력적이고 세련되게 느껴진다. 레드벨벳 특유의 오싹함에 강렬한 폭발까지 더해진 곡은 슬기의 보컬을 극대화한다. 불안한듯한 스트링으로 시작해 웅장하면서도 무게감 있는 베이스가 더해지며 아슬하면서도 오싹한 느낌을 세련되게 표현해냈다. 코러스로 이어지면서 다시 등장하는 베이스와 드럼, 터지는 슬기의 시원한 보컬과 어울리는 피아노 사운드의 결합은 곡의 중심을 잡아준다.


슬기의 솔로를 예상하지 못했던 데에는 아이린&슬기의 유닛(이하 아슬)이 있었다. 웬디와 조이가 연달아 솔로 앨범을 발매했지만, 슬기의 솔로 앨범을 보지 못했던 데에는 아마 아슬에 원인이 있었을 것이다. 특유의 차가우면서도 오싹한 느낌의 아슬 유닛은 레드벨벳의 '벨벳'이라는 컬러를 극대화한 그룹처럼 보였다. 그러나 SM엔터테인먼트에서도 예상하지 못했을 주요 멤버의 논란 덕에 회사는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뮤직비디오의 둘로 나뉜 슬기와 특유의 선악 구조는 물론, 뮤직비디오의 전반적 컬러까지 아슬의 그것과 상당히 유사하다. 물론 슬기만의 색을 더하기 위해 좀 더 액션 영화 주인공스러운 비주얼 컷 등을 넣은 것 같지만, 완전히 새롭다는 느낌을 받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슬기의 앨범은 훌륭하다.

다만 이미 언급한 것처럼, 슬기와 SM에 대한 지나친 기대가 있었을 뿐이다.

오싹한 '빌런'을 자처하면서도 결코 악함만을 강조하지 않는 태도, 선과 악의 모호한 경계, 그 둘은 모두 하나의 안에 있다라는 이미지와 메세지는 역시나 매력적이고 그 자체로 희소성 있다. 게다가 이렇게 어려운 컨셉을 케이팝에서 몇이나 훌륭하게 소화할 수 있겠는가. 음악적인 부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타이틀곡은 아쉽지만 팝 댄스라는 큰 틀 안에서 디스코, EDM 등 다양한 시도를 했던 트랙들도 모두 준수한 퀄리티를 보인다. 아직 퍼포먼스 비디오가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슬기의 큰 강점 중 하나인 퍼포먼스가 더해지면 아쉬웠던 타이틀곡에도 더 큰 매력이 더해지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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