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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보 Oct 05. 2022

트레저 - THE SECOND STEP

The 2nd Mini Album Review


타이틀곡 Hello는 빅뱅 초기의 음악 - 마지막 인사나 거짓말 - 을 떠올리게 만드는 산뜻하면서도 대중적인 EDM 댄스곡이다. 영국 차트에서 특히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데이비드 게타 등의 영향 덕분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벌스를 이끄는 일렉트로닉 사운드는 물론이오, 프리코러스의 강한 비트감, 코러스를 이끄는 베이스와 일렉트로닉 사운드까지 그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그뿐이랴, 성실하게 고조되는 분위기를 쌓아가는 송폼, 2절에 등장하는 멤버들의 랩하며 디브릿지의 멤버들의 에너제틱한 구호 뒤에 일렉트로닉 느낌의 간주가 나오는 것조차 2000년대 후반을 떠올리게 한다. 강렬한 퍼포먼스 위주의 곡들이 많은 남자 아이돌 시장에 이렇게 산뜻하면서도 듣기 쉬운 곡은 역시나 반갑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 이르지 않았나 하는 것도 사실이다. 아직까지는 대중성에 기댄 그룹들은 여자 아이돌들의 명확한 독주가 이어지고 있고, 남자 아이돌들은 강렬한 퍼포먼스를 필두로 하는 어려운, 소위 말해 대중적이지 않은 음악을 내세우고 있다. 아직 대중들이 남자 아이돌의 음악을 찾아 듣고 있지는 않다는 거다.

게다가 트레저는 YG엔터테인먼트라는 걸출한 배경을 갖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확한 한계를 보인다. 바로 '다인원 그룹'이라는 점이 그들의 한계가 된다. 대중들이 남자 아이돌 음악을 그래도 아직은 듣던 시절의 2010년대 아이돌들을 생각해보라. 4-7인 사이의 아이돌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엑소가 등장하면서 열린 남자 아이돌 3세대는 점점 더 대중과 멀어졌고, '프로듀스 101'으로 소위 '고인물판'으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아직 대중들은 다인원 그룹 자체에 본능적인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는 뜻으로도 보인다.

그래서 트레저의 정체성은 아쉽게도 느껴진다. 대체로 굉장히 대중적이고 쉽게 들을만한 산뜻하고 청량한 음악을 주장르로 두고 해오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본질은 결국 다인조 남자 아이돌이며, 그들의 캐릭터는 대중과는 거리가 멀다. 물론 해외에서 매우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대중성이 필요한 남자 아이돌 판에 귀감을 줄 만큼 강력한 음악은 아니라는 점이 조금은 아쉽다. 개인적으로는 남자 아이돌에는 아직 진정한 4세대가 열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부디 트레저가 새로운 4세대를 열어줄 수 있기를 바란다.


트레저의 이번 앨범은 수록곡까지 빠짐없이, 전반적으로 2000년대 후반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대단히 걸출한 퀄리티의 음악은 부족하지만, 세련됨보다는 신나고 편안한 곡을 만드는 데에 초점을 맞춘듯한 앨범이다. 과거의 향수를 느끼고 싶은, 2.5세대 남자 아이돌들의 수록곡까지 찾아듣던 오랜 케이팝 리스너들에겐 대단히 환영받을만하다. 다만, 수록곡 하나 하나의 퀄리티가 대단히 준수하거나 좋다기엔 부족한 점이 있어 뭐 하나만 콕 집어 추천하긴 어렵다. 또한 트랙들이 모두 각자 2.5세대의 어떤 그룹의 색을 떠올리게 한다. 그말은 즉슨 트레저만의 색을 엿보기엔 부족한 앨범이라는 뜻이다. 모두 다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 트랙들이다. 게다가 트랙들 간의 유기성도 부족하다. 하나의 테마를 통해 모아진 곡들이라고 보기엔 통일성이 없다. 멤버 아사히의 직설적이고 투명한 가사, 레트로한 느낌 자체가 트레저의 색이 될 수도 있겠지만 아직 그 색으로 굳혀지기엔 트레저가 보여준 것이 적은 것도 사실이다. 다음 앨범에선 조금 더 다듬어진, 트레저만의 색으로 무장한 유기성 있는 앨범을 보여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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