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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보 Oct 13. 2022

이채연 - HUSH RUSH

The 1st Mini Album Review


아이즈원 멤버들 중 마지막 솔로 주자, 이채연이 데뷔했다. 먼저 타이틀곡 Hush Rush는 리드미컬한 베이스가 중심이 되어 흘러가는 가벼운 팝곡이다. 벌스에서 코러스까지 크게 튀거나 전개가 두드러지는 곡이 없다. 그나마 포인트가 되는 부분이라면 프리코러스의 화음과 코러스의 일렉기타 사운드 정도일까? 그나마 포인트가 되는 부분이라면 급작스럽게 베이스가 빠지고 fx 사운드만 남는 몽환적인 디브릿지 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시종일관 발랄하면서도 가벼웠던 곡 분위기와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모양새다. 곡은 흘러간다. 튀지 않고 그대로 흘러간다는 것은 일종의 칭찬일 수 있겠지만, 기억에 남지 않는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타이틀곡이라기엔 그냥 무난한 수록곡 같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이채연의 섬세하면서도 가는 목소리는 곡과 어울릴 순 있겠지만 포인트는 되지 않아 그 음색이 매력이 되기보단 오히려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한다. 여러모로 아쉬운 선택일 수밖에 없다. 특히 사람들에게 솔로로서의 캐릭터를 정의하는 데뷔앨범이라는 점에서 더 짙은 아쉬움이 남는다.

앨범에서 추천할만한 곡은 아무래도 Aquamarine. 베이스 기타의 리듬감과 기타의 청량함이 맞물려 차분하고 따뜻하면서도 청량함을 선사하는 팝 곡이다. 그루비한 베이스 중심는 곡이 너무 튀지 않게 하고, 그 위를 날아다니는 기타 리프는 시원함을 주며 곡을 환기한다. 타이틀곡과 마찬가지로 곡의 전개가 다이나믹하지는 않지만, 따사로운 가을 햇살 아래 들어볼만한 이지리스닝 곡이라고 생각한다.





사실은 앨범의 전반적인 컨셉에서도 아쉬움이 묻는다. 하이틴의 러블리한 틴팝과 키치한 레트로감이 최근 유행이었던 것은 사실이고, 필자가 그런 앨범이 취향인 것도 사실이다. 여자 솔로 앨범을 내놓을 때 가장 부담 없는 선택이었던 것도 맞다. 그래서 왜 이런 앨범을 내놓았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아쉬운 건 아티스트 이채연의 매력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장르가 이쪽은 아니기 때문에, 그리고 특별함을 찾아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말했던 것처럼 하이틴팝은 시대를 가리지 않고 언제나 수요층이 있는 스테디한 장르이다. 그렇다는 것은 이미 그와 같은 컨셉을 가지고 활동한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었단 거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장르와 느낌을 주더라도 확실한 차별점이 없다면 거기서 거기로 들린다. 이채연의 특별한 점은 아마도 무게감 있는 베이스를 통한 묘한 어두움이었을까? 소재를 '뱀파이어'로 가지고 왔던 것도 아마 그런 맥락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아이덴티티는 짙게 나타나지 않는다. 어두움보다는 사랑스러운 발랄함이 지배적인 곡은 말할 것도 없다. 뮤직비디오에서도 그녀가 뱀파이어라는 암시를 주긴 하지만 그게 대체 무슨 의미인지 알 수가 없다. 세상을 궁금해하는 뱀파이어? 굳이 뱀파이어라는 소재를 차용하지 않아도 이런 뮤직비디오는 만들 수 있다. 비주얼적으로나, 스토리적으로나 그렇다. 뮤직비디오 속의 채연은 아름답지만 기억에 남는 장면은 없다. 게다가 채연의 가장 장점인 퍼포먼스 부분은 왜 빠졌는지 알 수가 없다. 뮤직비디오를 보고 나면 기억에 남는 것이 하나도 없다. 그냥 흘러서 지나가는 곡처럼 뮤직비디오도 그냥 흐르고 흘러 지나간다. 왜 굳이 이런 선택을 했는지 모를 일이다.

아이즈원 활동에서, 그리고 스우파에서 보아왔던 이채연은 분명 발랄하고 사랑스러웠지만, 그보다 내가 더 눈에 들어왔던 것은 그녀의 우아함이었다. 가녀린 목소리와 가벼운 춤선 뒤로 보이는 특유의 우아함. 유독 화제가 되었던 그녀의 직캠이 녹색 실크 셔츠를 입고 중단발을 한 직캠이었던 것도 기억해야 할 지점이다. 대중이 이채연에게 잘 맞는다고 생각한 이미지는 그것이다. 서늘하면서도 우아한 프로페셔널함. 그런데 이채연의 이번 컨셉은 그와는 반대 지점에 서있다. 발랄하고 키치한 하이틴 뱀파이어. 뱀파이어라는 소재도 아마 이채연의 그 특성을 반영한 부분일 거라 감히 예상해본다. 클래식하고 서늘한 이미지의 존재니까. 그걸 비틀어 대중적으로 만드려 hush rush 같은 무난한 곡을 선택하고 키치함을 덧씌웠을 거라 생각한다. 차라리 뱀파이어라는 존재의 특성을 더 살려 차가운 느낌으로 앨범을 기획했다면 어땠을까?


앨범의 컨셉도, 곡의 퀄리티도, 구성도. 튀는 게 없다. 어디서 본 것 같고 들어본 것 같다. 튀는 부분이 없다. 그냥 그렇구나, 하고 지나갈 수밖에 없다는 거다. 이건 명확히 기획의 실패다. 하다 못해 챌린지를 만들어볼만한 구간도 없다. 물론 이채연의 팬덤 특성상 최대한 대중적인 앨범을 뽑아야겠다 생각했을 수 있다. 맞는 말이다. 그래도 흔해져서는 안된다. 데뷔 앨범이라면 더 공을 들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아의 숲의 아이를 만든 회사였던 만큼 데뷔앨범에 기대를 했건만, 아쉬움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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