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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보 Dec 01. 2022

ITZY - CHESHIRE

The 6th Mini Album Review

있지의 전작들에 비교했을 때 미니멀하다는 인상을 주는 편에 속한다고 생각했다. 반복되는 일렉트로닉 사운드와 피아노가 포인트가 되는 댄스팝곡으로, 트렌디한 비트감이 포인트인 코러스 부분 때문인지는 몰라도 케이팝과 기존의 팝 사운드의 중간 즈음에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있지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밝고 상쾌한 느낌을 완전히 버리지는 않았지만, 전작에 비해 묘하게 차가운듯 오싹한 느낌의 보컬과 멜로디가 인상적이었다. 있지가 고수해온 밝고 건강한 에너지와 미래에 제시할 차가운 느낌 사이에 있는 중간적인 느낌의 곡 같달까. 다만, 중독적으로 꽂히기보다는 스타일리쉬함을 강조한 코러스 부분은 힘이 조금 빠지는듯도 해 아쉽기도 하다.


있지의 이번 앨범은 전반적으로 한국보다도 해외를 겨냥한다는 느낌이 물씬 들었다. 케이팝과 팝을 섞은 듯한 사운드는 기존보다 훨씬 더 스타일리쉬해지기 위해 여러 부가 포인트를 덜어내고 미니멀한듯한 인상을 줬기 때문이다. 타이틀곡도 그랬지만, 선공개 싱글인 Boys Like you 역시 전형적인 틴팝과 같은 느낌을 준다.

동시에 국내에서 있지가 가진 통통 튀는 이미지는 상대적으로 덜 부각되었다. 기존에 비해 훨씬 차분해진 멤버들의 가창, 미니멀한 사운드, 피아노나 오르골 요소 등을 통해 차가운 있지의 새로운 이미지를 구축하려고 하는듯 보인다. 아직은 시작이지만 적어도 이전의 시도였던 마.피.아. 보다는 훨씬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하지만 있지는 아직 있지만의 밝은 에너지를 버리지 않았다. 빠른 비트감이나 멤버들의 톡톡 튀는 가창이 그를 반증한다. 이번 앨범의 제목과 퍽 잘 어울리는 대목이다. 장난기 넘치는 챗셔캣이 순식간에 돌변해 표정을 바꾸는 게 그러하듯, 있지의 이번 앨범은 밝고 상쾌한듯하지만 어느 순간 차갑고 오싹해진다. 있지가 보일 새로운 아이덴티티가 기대되는 앨범이라고 평할 수 있겠다.


추천하고 싶은 곡은 단연 2번 트랙 Snowy. 시작부터 익숙한 멜로디가 들린다면 그것은 정답. 대단히 친숙한 클래식 엘리제를 위하여를 샘플링한 트랙은 몽환적이고 오싹한 오르골로 시작해 강렬한 베이스로 이어진다. 클래식 샘플링을 전면적으로 드러내면서도 기존의 곡이 가진 느낌을 완전히 뒤집은 것이 좋았다. 코러스가 시작되면서 함께 등장하는 화음부 역시 묘한 분위기를 더한다. 마치 나니아 연대기의 하얀 마녀나 기존의 유혹적인 마녀들을 떠오르게 하는 트랙이다. 강렬한 베이스로 어두운 느낌과 세련됨을, 오르골 사운드와 장난기 있는 멤버들의 가창으로 신선함을 더한다. 장난기 어렸지만 결코 얕잡아 봐선 안되는 어린 마녀가 떠오르는 트랙으로, 어딘지 모르게 있지와 함께한 비비 렉샤의 곡이나 샘 스미스의 unholy를 연상시키기도 하니 한 번쯤은 시도하시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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