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삶의 갈림길
사람은 살아가면서 몇 번이나 운의 갈림길에 설까. 어느 길을 택하느냐는 그 사람의 몫이다. 조상의 돌봄이든 개인의 역량이든, 그중 하나를 밟아 간다. 기수는 용케도 행운의 길만 밟아 왔다고 자부한다. 타고난 성향으로 한 발 한 발 심사숙고하여 내디딘 결과이다. 공돌이 생활이 즐거웠더라면, 학습지 사무실에서 자장면 시켜 먹는 재미가 몸에 붙었더라면, 여인숙 달세방에서 도색잡지 뒤적이며 낄낄거리는 것이 거슬리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그런 시간이 길어져 몸에 익을 만큼 시간을 보냈더라면, 스스로가 그런 생활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었더라면 어찌 되었을까. 문득문득 아찔한 계곡을 잘도 건넜구나 싶다.
골목을 방황하던 시기는 의외로 빨리 끝났다. 하루는 춘호가 내일 올 때는 가방을 챙겨서 나오란다. 어차피 챙길 가방은 언제나 들고 다니는 이것이 전부다. 춘호 말에 의하면 사장이 서울은 학습지가 포화 상태라 지방을 개척해야 한단다. 그래서 선발대처럼 셋이 지방을 다니며 학습지를 개척해 와야 한다는 것이다. 기수에게 서울이든 지방이든 지금은 의미가 없다. 어차피 이 모든 것은 성공을 위한 여정에 불과하다. 날짜가 지난 학습지와 전단지가 더해져 무거워진 가방을 매고 나섰다. 다리를 꼬고 앉아 그들이 떠나는 모습을 바라보는 사장의 표정이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으며 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