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입지출향관

(아빠 30세)

by 재학

오래전 쓴 기억이 있다.

중학교 졸업하고 집을 떠날 때, 열일곱 여덟쯤 되었을 때.

지금은 어디 갔는지 찾을 수 없는, 꽃무늬가 예뻤던 일기에 쓴 기억이 있다.


'남아입지출향관'

한 번도 잊은 적이 없다.

세상 어디에 내놔도,

태평양 가운데 던져 놔도 헤쳐나갈 수 있다면서 썼었다.

하루에도 몇 번이나 떠올리며 살아 냈던 말이다.

지금은?

잠든 우성이를 보며,

그때 그 용기와 꿈은 어디로 갔을까 궁금해진다.

지금 내가 편하지?

그런 꿈을 꾸지 않아도 살 수 있지?

아직은 아닌데.

아직은 아닌데 하면서 이 편안함이 좋다.

문득 멀어져 가는 꿈이,

떠나가면 돌아오지 않을 것 같은 꿈이,

약간의 후련함과 아쉬움이 뒤섞여 가슴에 메아리친다.

본래의 내가 이런 모습이었을까?

여기까지였을까?

완전한 포기도, 도전도 아닌 상태를 만들었다.

만족과 불만족을 다스리지 못하고 끌려다니는 자신이 밉다.

1992. 1. 1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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