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고시공부
서울 유명학원에서 배포한 대학별 예상점수표를 보니 조금만, 정말 조금만 더 하면 일류 대학을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대로 주저 않기에는 미련이 많이 남았다. 뒤돌아보지 않을 것처럼 휴학계를 내고 서울로 올라왔다. 다시 밟은 서울은 변하지 않았다. 또 다시 10대의 기수가 되었다. 낮에 일하고 밤에 공부한다는 것, 그렇게 한 사람들의 미담이 신문을 장식할 때, 저 중에 2/3는 소설이라고 말하고 싶다. 뛰어난 천재가 아닌 이상 하루 10시간 공부하는 사람과, 낮에 일하고 밤에 피곤한 몸으로 책상에 앉아 있는 사람은 출발부터 다르다.
재수는 실패했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때에, 선택은 했으나 집중을 못했다. 특차 실패, 전기 실패, 후기에 원서를 넣은 대학은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했다. 사실 후기 대학은 오기로 지원했다. 합격해도 가지 않을 것을 예상하면서 냈다. 재수해서 합격했다는 기분을 맛보고 싶었다. 그렇게 재수를 실패하고 원점으로 돌아왔다. 눈물이 났다. 늦은 밤 한강 다리를 건너며 강물보다 많은 눈물을 흘렸다. 실패해도 돌아갈 곳이 있다는 안일함 때문이었을까, 주경야독의 한계 때문이었을까. 다시 돌아온 대학은 낯설었다. 긴긴 방황은 끝나지 않았다. 어쩌면 새로운 방황이 기다리고 있었음을 나중에 알았다. 전공 서적 두 권으로 대학 4년을 때웠다. 수많은 축제와 써클(동아리를 그때는 이렇게 불렀다.)활동도 시큰둥했다. 여기 오려고 그렇게 살았나 싶었다. 학교 앞 막걸리 주점에서 한 학기를 보내고 오기를 발동시켰다. 법전을 펼쳐 들었다. 고시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도서관 자리 중 하나가 졸업할 때까지 내 차지였다. 학과 누구하고도 어울리지 않았다. 가지 않은 길을 누가 말할 수 있을까? 그때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아무도 모른다. 결과는 비참했다. 4년 내 C+ 성적표를 받았다. 고시는 1차도 붙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