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취업
법학 교육을 통해 잘 훈련된 법률가와 법학 환경이 만들어진 곳에서 법률적 정신으로 출발했어야 하는 공부를, 법과는 전혀 관련 없는 대학에서, 법을 공부했던 사람도 법을 공부하는 사람도 없는 대학에서, 법 공부를 했으니 출발부터 잘못되었을 것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다시 백수의 시기가 되었다. 낡은 자전거 한 대로 고향 마을 인근 산골짜기를 돌아다니며 분노와 좌절을 삭였다. 지독히 따라 다니는 고독이었다. 삶의 고단함은 떨쳐지지 않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돈을 벌어야 했다. 기수에게 삶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잠깐의 즐거움을 누리기 위하여 오랜 고난을 갖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 고난에 무릎 꿇지는 않았다. 고난은 이겨내라고 오는 것이다.
스물일곱, 취업을 했다. 안성, 하루 세 번 버스가 들어오는, 조금 내려가면 천안과 경계를 이루어 두 지방 사투리가 섞인 곳으로 발령을 받았다. 여전히 가방 하나와 함께 갔다. 50년이 더 되었다는, 흙벽돌을 쌓아 올린, 밤이면 천정에서 젖을 뗀 새끼 고양이가 밤새 사냥 연습을 하는 사택이 배정되었다. 사택 마당에는 작두펌프가 있었다. 펌프질로 퍼 올린 물로 씻고 마루에 누워 지는 해를 바라보면, 먼 산 소쩍새 울음에 담겨 마당 가 수수꽃다리 향기가 스며들었다. 내가 지금 어디 있는 걸까? 여기 오려고 그렇게 치열하게 살았나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