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아름다운 시절
꿈은 꿀 때가 아름답다고 한다. 아름다운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이 흘러가고 있다. 수입이 계산되고, 승진의 사다리에 올라서야 하고, 더 넓은 아파트로 이사를 가야 하면서 가물가물 멀어져 갔다. 인간은 심술궂다. 더 이상 꿈을 꿀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 알수록 더더욱 매달리고 싶어한다. 현실과 이상의 충돌이 가슴으로 온다. 가정과 직장 모두 힘들었다. 수입의 절반이 대출금으로 나갔다. 그렇다고 지출을 줄이지도 않았다. 승진의 대열은 치열했다. 늦게 출발한 만큼 허덕이며 따라가야 했다. 늦은 밤 사무실 옥상에 올라 밤 하늘을 나는 기러기 떼를 보며
‘넌 참 좋겠다. 어디든 자유롭게 날아갈 수 있어서.’
라고 되뇌이는 밤 연속이었다. 옥상에 전임자가 두고 간, 담배꽁초가 반쯤 채워진 항아리를 마져 채웠다. 그 시절 얼마나 빈번하게 옥상을 올랐는지. 사무실 모두가 힘들었던 시절, 서로를 헐뜯으며 스트레스를 달랬다.
세상을 살아가려면 마음은 맑으나 행동은 흐린 것처럼 꾸며야 한다는데. 그렇게 산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가. 직장 상사의 기분을 맞추기 위하여 기울인 노력의 절반만 부모님께 했다면 동네 어귀에 효자비가 섰을 것이다. 마음과 행동의 부조화는 술자리가 위로해 줬다. 취하면 아름다움이 찾아왔다.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 간 꿈이 돌아 왔다. 잠깐의 꿈속에 돌아온 현실을 잊으려면 더 많은 술과 담배가 필요했다. 마흔 나이는 고독의 시대라 말하고 싶다. 아쉬움이 쌓여가고, 이루지 못할 것이 점점 많아지는 시기다. 한 편으로 내면을 들여다보고 깨달음을 갖고 싶어도 한다. 현실과 이상이 함께 하는 시기, 마흔 나이다. 10대 때보다 감정이 더 풍부해졌다. 도망치듯 찾아 든 산사에서 10,800배를 멈춤 없이 했다. 어느 일요일 불쑥 성당을 찾아 교리공부를 신청하고 왔다. 무엇 때문에 그랬을까? 마흔 나이여서 그랬을 것이다. 한 잔의 술에 아버지 생각이 나서 눈물짓는 심정을 이해받기 어려운 나이도 마흔이다. 자식에게 거는 기대가 하늘처럼 높아도 마음껏 내색하지 못했다. 소용돌이치는 감정을 술로 달래고, 술이 뱉는 뒤죽박죽인 말을 들으며 미치지 않았을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하는 나이이기도 했다. 가족과 소통도 힘들었다. 어느 순간 혼자였다. 그 옛날 홀로 막걸리와 함께 하시던 아버지가 되어 있었다. 무엇이 문제일까? 열심히 달려온 것 밖에 없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