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말을 함부로 하면
우리는 초면에,
-더 빨리 친해지려고,
-어색함을 어서 벗어나기 위해,
-우위를 점하고 싶은 등등의 이유로
갖고 있는 정보를, 능력을 부풀려 말하려 한다.
때로는 먹힐 때도 있고, 또 때로는 말이 끝나기 전에 승부가 결정됨을 안다.
그때는 속으로 중얼거린다.
‘아~씨, 이게 아닌데…졌다.’
나 역시 그랬다.
세 가지, 네 가지 이유로, 때로는 침묵으로 나를 포장하려 애썼다.
그런데,
이제는,
앞으로는 안 그럴 것 같다.
역량 강화 연수였다.
(연수 내용을 보면 전혀 ‘역량 강화’는 아니었다.)
200여 핵심 인원이 모였다.
6명 1조 분임협의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분임 자리를 찾아 가는 그 짧은 시간은 설렘과 불안이 막 교차한다.
분임원 때문이다.
맞는 사람이 있고,
왠지 껄끄러운 사람 있다.
분임을 몇 명으로 구성하든 이 법칙은 왜 맞는 걸까?
8분임.
회의실 좌측에 푯말이 보인다.
벌써들 와 있다.
나 포함 남 2, 여 4
다가가면서 빨리 스캔을 했다.
두 사람은 얼굴이 익다.
몇 번의 연수에 오가며 마주쳤을 것이다.
그래도 초면이다.
‘안녕하세요?’
‘○○에 누굽니다.’
‘예, ○○에서 온 ○○입니다.’
오른쪽에 앉은 이가 끼어 든다.
‘아~ 거기 ★★, 저랑 ○○에서 근무했는데.’
★★은 소위 잘 나가는 인사다.
‘아, 예~’
옆 사람과 대화에 열중하던 왼쪽 사람이 고개를 돌려 아는 체를 한다.
‘○○에서 온 ○○입니다.’
‘어? 거기 ◎◎있지요? 걔 제 친구…’
말을 마무리하지 않으면서 다시 한 번 내 이름표를 확인한다.
그리고 그때부터 내내 긴 침묵이 이어졌다.
왼쪽에 앉은 그 사람과.
그 사람의 친구라는 이는 나에겐 친구가 아니었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마트에서 마주치고 싶지 않은,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불쾌한 사이였다.
서로가 나빠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업무를 하는 방식이 달랐다.
단지 일이 미웠을 뿐인데,
사람까지 확대된 것이다.
왼쪽에 앉은 이가 말을 미처 마무리 하지 못한 이유는,
그와 그 친구가 나에 대하여 얼마나 많은 칭찬 아닌 말을 주고 받았는지 가늠하게 했다.
내 이름을 확인하는 순간,
‘씹고 뜯고 하던 사람인데?, 아~ 이게 아닌데’
결론이 먼저 나와서 돌이킬 수 없게 됨을 통탄했을 것이다.
소중한 깨달음을 했다.
어디 가서, 누구에게 누구 안다고 하지 말자.
모든 사람과 잘 지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지 못한 것이 인간관계다.
나와는 잘 맞지만 다른 사람하고는 어떻게 지냈는지 모르는 일이다.
그날, 그와 나, 친구. 셋은 그렇게 날아가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