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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Opinion 수필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나를 지치게 하는 것들

by S 재학

중학교 때 국어 선생님은 내 손을 보고 말했다.

“넌 외과 의사하면 어울릴 거야.”

그때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다.

살아가면서 알게 되었다.


난 솜씨가 좋다.(있다!)


똑같은 재료지만 내가 만든 음식은 맛있다고 한다.

레시피(라는 것을) 보고 하는 것이 아니다.

몇 숟갈, 몇 그램 하고 정량을 재 가면서 하는 것도 아니다.

“왜 이렇게 맛있어? 비결이 뭐야?”

“간장 조금, 고추장 약간, 그리고 정성 듬뿍~”


그렇다.

특별한 것 없어도 맛있는 이유는…

손맛이라 자부한다.


바느질도 남다르게 할 수 있다.

재미있는 걸 어떻해?


주택에 사느라 수선할 곳이 생긴다.

여느 기술자 못지 않게 시멘트 작업을 해 낸다.

내가 한 작업, 다른 기술자가 와서 놀란다.

“여기 작업 누가 했어요? 잘 해놨는데요.”


비결은 하나.

솜씨가 있다.(!?)


어머니 모시고 병원을 다니면…

지친다.


의료진을 향한 노인네의 왕성한 질문과, 가열찬 행동을 따라잡지 못한다.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의 정열은 힘들었다.

나이 드니 더 하다.

간만에 올라오신 어머니는 못다 한 진료를 왕창 보려 하신다.

팔십 다섯 노인네를 따라 갈 수 없다.

대형병원이 그렇듯 서너 시간은 기본이다.

수납, 영상촬영, 진료, 처방전, 약국...


지치고 기 빠진 표정으로 우두커니 대기석을 바라보는데…

90은 다 되 보이는 노인이 지팡이를 짚고 서 있다.

그 옆에 휠체어를 대기하고 서 있는 이도 노인인데… 두 사람의 대화를 보니 부자 관계다.


‘아~ 노인이 노인을 보살피는구나.’


중학교 국어 선생님은 내 가려린 손가락만 보셨지, 여리고 무른 마음은 보지 못하셨다.


내가 의료인이 되었다면, 난 틀림없이, 아주 냉철했거나, 나자빠졌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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