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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Opinion 수필

토착형 권력 비리

카르텔

by S 재학

-동일 업종의 기업들이 이윤의 증대를 노리고 자유 경쟁을 피하기 위한 협정을 맺는 것으로 형성되는 시장 독점의 연합 형태. 또는 그 협정.

한마디로 지들끼리 뭉쳐서 영향력을 행사 하는 것!

카르텔이라 한다.


뉴스에서는 권력형 토착 비리라고, ‘권력’을 먼저 말한다.

난 토착형이라는 말을 앞에 두겠다.



1.위로

초임을 일가친인척, 고등학교 선후배가 주름잡는 곳으로 발령받았다.

지독히도 ‘갈궜다.’

어느 날 눈물 반 콧물 반 하고 있었더니, 장~님이 오시어(이분도 토박이였다.)

‘닭장에 닭도 나중에 들어 온 놈 시샘한다. 그러려니 하거라’

라는 위로(?)를 하신다.


○○초- ○○중-○○고 출신은 진골,

○○고 나오고 외지로 나가 대학 졸업 후 입직자는 성골,

지역 초중고 중 하나라고 나왔으면 그나마 6두품이란다.


나는?

난 이 지역 유치원은 커녕 아는 이 짝궁의 친구도 없었다.


시련을 겪으면 단련이 된다고?

천만의 말씀, 나의 경험으로 마음의 상처는 낫지 않는다.(ㅠㅠ)


2.그가 이토록 이장이 되려고 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마을의 안전을 지키고 주민들의 편익을 위해 힘써야 하는 마을 이장. 그러나 제보자는 김○○(가명) 씨가 편법을 동원해서라도 이장이 꼭 되어야만 하는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마을에서는 최고의 기득권을 가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전국 곳곳에서 이장 자리를 두고 다툼이 벌어지는 일이 많다.

( KBS 2TV '제보자들''이장님' 되기 위한 치열한 권력 다툼 왜? 2019.4.1.)


3.‘어떻게 그럴 수 있어?’

‘여기서는 직급 안통해요.’

‘그럼?’

‘오래 된 놈이 장땡이지요.’

여기서는 진골을 오래된 놈이라고 한다.

지시가 먹혀 들지가 않는다.

그들이 골탕 먹이려 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술 사주고 밥 사주고 비위 맞춰야 한다.


4.‘그’는…

초등학교(국민학교) 중퇴 학력이지만, 언변과 몇 명 안되는 남자(더더군다나 젊은?)라는 덕분에 동네 감투(라고 해봤자 이장과 개발위원이다.)를 오랜 기간 독식했다.

이장은 개발위원회라는 친위 조직을 만들어 일을 추진한다.

위원회는 철저히 동조자로 구성했다. 간혹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있지만, 동네 왕따로 임기를 마감하게 했다.


이장은 왕이다.(일부 몰지각한 이장을 말하는 거다.)

이장의 말에 ‘옳소’라고 하지 않는 사람은, 동조자와, 정보와 (알량한) 권력으로 가차없이 내쫓겼다.

더 나쁜 상황은 이 마을이 집성촌이라는 것이다.

300년 넘은 씨족 집단이 주를 이루어 살고 있다.

대부분이 재종, 삼종, 당숙, 큰집, 작은 집이다.


젊은이는 없고, 할머니만 많은 씨족마을에서 발언권과 입지가 갈수록 탄탄해졌다.

고향을 떠난 이들이 부모가 남긴 선산, 논밭을 그에게 부탁하여 팔아 갔다.

‘그깟 시골 땅 얼마나 하겠어?’

라는 생각과 문중 일을 본다는 ‘그’에 대한 신뢰 때문에, ‘그’에게 부탁을 해도 썩 꺼림직하지 않았다. ‘그’가 부르는 값이 정가가 되어 비싸게 팔렸는지 헐값으로 사라졌는지 알지 못했다. 할머니들은 잠깐 궁시렁궁시렁 했다.

‘그 아까운 땅을…’


몇 년 전부터 ‘그’의 왕국에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했다.

연고 없는 이들이 동네 빈집을 사서 들어왔다.

한 집이 두 집이 되고, 세 집, 네 집이 되었다.

위기감을 느낀 그가 고삐를 당긴 것이 화근이었다.

외지인들은 어리둥절했다.

‘내 집, 내 땅인데 왜?’

‘이게 아닌데?’

‘그러면 우리끼리 뭉칩시다.’


때마침 우군이 생겼다.

도회지에서 살던 ‘그’의 조카가 요양 겸 고향 집에 들어와 살게 되었다.

조카가 새바람을 일으키며 이장에 당선되었다. 정확히는 ‘그’의 지원 때문이다.

새 이장은 욕심을 제어하지 못했고, 시골 정서를 파악하지 못했다.(감투도 무거웠을 것이다.)

변화에 두려움을 감당하지 못한 촌로들의 불안을 달래지 못했다.

무엇보다 ‘그’의 뜻을 따르지 않았다. 새 이장은 ‘그’의 뜻을 받들 생각이 없었다.

1년 이장으로 끝나 버렸다.


전임 이장은 위기의식을 느꼈다.

80이 넘은 ‘그’가, 마을 최고위직까지 오른 ‘그’가 다시 이장에 나가기는 격이 떨어진다.

대타를 세워야 한다.

세상 물정 모르고, 당연히 동네일도 오불관언인 인물이 있다.

그를 앞세워 권력을 다시 찾아 왔다.


동네는 사분오열되었다.

신세력과 구세력, 더 많은 중간 세력이 생겼다.

진흙 싸움에 ‘그’의 대타 이장은 허수아비가 되었다.

집 밖을 나온 것을 땅을 치며 후회할 것이다.


5.인간은 어리석다.

쫓기면 시야가 좁아진다.

세상이 달라졌음을 인정하기 싫다.

전에 없던 아집이 생겨난다.

무리수가 따른다.

예전 같으면 충분히 품었을 불만이 비난으로 들린다.

가차없이 되쏘아 준다.


예전에 ‘그’의 편이었던 사람들이 진저리를 치며 멀리했다.(똥이 무서워서 피하나.)

그럴수록 더 과거의 영광을 찾아야 겠다는 집념이 불타 올랐다.

산 너머 떨어지는 해,

무엇으로 묶어 둘 것인가.

인간은 어리석다.


6.‘그’가 남긴 자취

‘그’ 덕분에 동네는 고요에서 깨어났다.

다른 목소리도 낼 수 있음을 인식하게 되었다.(예전 같으면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다.)

‘더 똑똑한 사람도 많네?’

동네를 팔아 먹어도 ‘그’를 지지하겠다는 문중과,

이제 '그'는 그만 물러나야 한다는 문중으로 나뉘었다.


출향인들이 고향을 멀리하게 만들었다.

고향에서 들려 오는 소문은 지지고 볶는 소식 밖에...


‘은퇴후 귀촌하려 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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