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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보다 고양이 보다 못한

by S 재학

도심 주택에 산다.

월급장이 로망을 이루었다. 작지만 마당도 있고, 화단도 있다.

철 따라 꽃이 피고, 텃밭도 있다. 햇살 좋은 날 작은 의자에 앉아 잡초 고르고, 밭에서 얻은 채소를 다듬을 때면 충만감이 가득 찬다.

나만을 위한 주차장이 있고, 높은 천정은 도시의 답답함을 풀어 준다.

평화롭다.


인류 역사에서 평화로운 시기는 10% 안팎이라나?

삶도 그러나 보다.

주기적으로 평화를 깬다.


길고양이가 마당에 배설을 하기 시작했다.

고양이 똥은 사람의 그것과 같은 냄새를 풍긴다.

씻어 내도, 묻고 기피제 뿌려도 줄기차게 남기고 간다.

그러다 어느 순간 싹 사라진다.

감쪽같이...


산수유가 예쁘게 익어 간다.

어느날 시꺼멓고 커다란 새가 가지에 앉았다.

그리고...그 많은, 이쁜 산수유를 다 따먹는다.

거기에 더하여 산더미만큼 쌓여 가는 씨앗과 새 똥!

새똥처럼 지저분한 것이 있을까?

산수유가 사라지고 새도 사라진다.

감쪽같이...


또 다시 평화가 찾아오고, 이어서 시기하듯 평화를 깨뜨린다.


이번에는 사람이다.

옆집이 쓰레기를 버리기 시작한다.

버리지 말라고 했다고, 삐딱하게 주차가 시작된다.

새보다 고양이 보다 못났다.

사람이 희망이라지만 절망도 된다.

감쪽같이 사라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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