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 5 (사사키 후미오 지음 김윤경 옮김. 비즈니스북스. 2015)
난 걱정이 많은 사람이다.
좋게 표현하면 생각이 많다. 사람은 하루에 6만 가지 생각을 한다지만, 난 조금 더 많지 싶다.
6만에 100개쯤 더.
나라 경제 걱정(?), 우크라이나에서 이제는 중동의 하마스와 이스라엘을 거쳐 홍해 걱정(??), 귀가 후 주차까지 맨날 걱정이다. 나이 먹으면 단순해진다고? 천만의 말씀. 오히려 걱정거리가 늘어난다. (아직까지 말이 늘어나는 수준까지는 가지 않았다. 웃어도, 욕해도 좋다. 나도 모르게 이렇게 되는 것 어떻하나. 참 걱정이다.)
생각없이 살 수 없을까? 단순한 사람은 얼마나 좋을까?
(세상에! 그런 생각 안들어? 라는 감탄사가 나오게 하는 사람들, 사실은 그 사람도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일 건데...)
생각 많음에 몸과 마음이 지칠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산책으로 달래보지만, 그 또한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
하루 생각의 80%가 부정적인 거란다.
그러니 머릿 속이 오죽할까?
그래서 한때는 인생 최대(?) 목표가 생각없음, 단순하게 사는 거였다.
오죽했으면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이 제목의 책, 블로그, 유튜브 많다.)를 포스트 잇에 써 모니터 옆에 붙여놓았을까.
내가 얼마나 단순함을 추구하는지, 생각에서 도망치고 싶어 하는지 강조하고자 이렇게 여러 가지를 말하고 말한다.(내 의도가 제대로 전달될지 걱정이다.)
적절한 때에 이 책이 눈에 띄었다. 제목이 들어왔다. 보통 제목만 보고 집어 들지 않나?
브런치에서도 그런 것처럼.
엄지손가락이 좌우로 춤을 추다 멋진 제목(그 순간 꽂히는)이 눈에 띄면 읽는 것처럼.
그래서 제목을 고치고 수정하고, 글을 쓰는 중간중간 또 고쳐가며 쓰지 않나?
이 책도 그렇게 해서 집어 들었다.
삶이 복잡한, 단순한 인생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지침일거야.
나에게 딱 맞는 책이네. 생각할 것도 없어.
바로 구매했다.
물건을 버리란다.
부제가 물건을 버린 후 찾아온 12가지 놀라운 인생의 변화인 것을 눈여겨 봤어야 하는데.
하지만...
본문 들어가면서 팍 꽂혔다.
‘너는 결국 네가 가진 물건에 소유당하고 말거야.’(P.P 43)
난데?
내가 그러는데.
소중한 내 차 문콕할까봐 온 조바심 다 부려 주차하고, 혹시라도 잃어버릴까봐(요즘 부쩍 자주 그런다.) 추위에 바들바들 떨면서도 비싼 장갑 집에 두고 가는 내가 그렇다. 아까워하다 이번 철 놓친 옷 얼마나 많은가.
난 이미 물건에 ‘소유당했다.’
물론 이 책은 지은이의 나라답게 동일본 대지진 때 소중하게 여겼던 물건이 오히려 다치거나 죽게 할 수도 있다는 것 등 일본의 특성이 반영되어 있다. 그렇지만 동시대, 같은 문화권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
더 버리고 싶은 이들을 위한 15가지 방법 중 다섯 번째, ‘버릴 수 없는 게 아니라 버리기 싫을 뿐’
어쩌면, 내가 근심 걱정(생각?)이 많은 이유는, 걱정하는 사고가 습관이 되었을 수도 있고, 그동안 해 오던 근심 걱정을 버리기 아까워(끊어내지 못했다라고 쓰고 싶다.) 잡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또 내 안의 불안감이 근심과 걱정으로 나오는 것 일 수도 있고, 그거라도 해서 불안감을 잊고 싶어 하는 것일 수도 있다.
(비약이 심한 것 아닐까? 걱정이다.)
저자는 말한다. 사람들은 현재의 상황을 그대로 유지하며 편안함을 쫓으려는 경향이 있다. 물건을 버리는 것은 행동이고, 물건을 그대로 두는 것은 행동이 아닌 현상유지이기 때문에 확실히 편한 선택이다.
난 편한 선택을 한 거다. 걱정이 오히려 낫다. 새로운 불안보다.
31. 마트를 창고로 생각하라.
이건 딱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지난 주에도 냉장고 한 번 뒤집었다.(아직도 버릴 것 절반 더 남았다.) 마트는 당신에게 필요한 물건을 놓아둘 장소를 확보하고 꼼꼼히 관리해주는 창고다. 편의점은 갑자기 물건이 필요할 때를 대비해 일부러 24시간 열어두는 창고라는 대목에서는 격한 공감을 해야하는지, 우리 정서는 그게 아니라고 해야 하는지...
메모지 한 장도 버리지 못하던 성격이 최소한의 물건만 남기고 버리고, 처분하고서 자유를 만끽한단다. 개인의 자유를 넘어 지구까지 이롭게 하는 미니멀리즘, 오롯이 실천할 수 없다 하더라도 많은 실천이 되게 하는 책이다. (옷 정리 했다. 세 박스 기부함에 넣었다. 후미오 당신 덕분이오.)
제목을 착각해서 읽은 책, 제값했다.
‘물건이 자신의 가치를 표현하는 수단이 되어버린 현대 사회에서’(산케이비즈), 무소유를 실천할 수 없다면 최소한 물건에 소유당하지는 말자.
의도가 제대로 정리되었는지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