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나는 공통점이 많다.
그와 나는 공통점이 많다.
책을 좋아하고, 사색할 장소를 알고 있고, 발걸음에 맞춰 주고 받는 이야기 소재가 같다. 누군가는 선문답이라고 하는... 우리는 동서고금을 다 말한다. 이를테면, 고부열전-다문화-전쟁-연기설로 이야기를 마친다.
무슨 말이냐고?
고부열전의 많은 내용이 외국인 며느리와 문화차이, 언어 문제로 의사소통이 안되고, 불통은 갈등을 낳는다. 갈등을 해소하러 며느리 고향을 찾는 장면은 고난의 행군이다. 말이 통하지 않는 사돈과의 손짓발짓 대화는 부모라는 공통점이 엮이어 이해를 가져오고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뿌리가 다름에서 오는 갈등도 해소가 되는데(오히려 그래서 더 잘 되는지 모르겠다.), 예전부터 같은 마을에서 이웃끼리 살았던 사람들은 전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모든 존재는 이것이 생(生)하면 저것이 생(生)하고, 이것이 멸(滅)하면 저것이 멸(滅)’ 하거늘, 즉, 서로 의존하고 살아야 하는 단순한 이치를 모른다로 끝난다.
즉, 우리는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사건의 본질을 탐구하는데 재미를 느낀다.
(이 말을 이해 못한다면...‘이 글을 읽는 우리’는 다른 점이 더 많다.)
그와 나는 몸을 사용하는 것에 공통점이 많다.
휴일이면 ‘이젠 됐어’라고 몸이 말할 때까지 뒹굴거리며 휴식 취하는 것을 좋아한다.
냉장고에서 눈에 띄는 재료 꺼내 이런저런 요리 만드는 일에 재미를 느낀다. 다른 사람은 생각지 못할 요리가 나온다. 삼겹살 그냥 먹는 것보다 살짝 바꾸면 어떨까? 초벌 구워내어 노란 계란을 입혀 한 번 더 구워 낸다. 보통 상추나 깻잎에 싸 먹는 삼겹살, 그와 나는 묵은 김치 두세번 씻어 내면 맑간 배추잎만 남는 것을, 5cm 길이로 잘라 차곡차곡 접시에 놓고, 붉은 고추 듬성 썰어 얹어 먹는 것에 즐거움을 느낀다.
식성이 특이한 건지는 그 다음의 문제다.
저녁 먹고 별 초롱한 하늘 보며 산책 하는 것 좋아한다.
하루 있었던 일 이야기하다 어느 새 영화이야기로 옮겨 가고 화단 꽃과 나무, 가끔 울어대는 밤 새가 왜 우는지까지 이어진다.
그와 나는 서두르지 않는 운전 스타일이 비슷하다.
수영을 좋아하고, 힘보다는 유연성에 기대는 운동 방식을 좋아한다.
그와 나는 공통점이 많다.
그와 나는 다른 점이 있다.
나는 체형이 아담하다고 표현하는, 동그스름한 어깨와 가느다란 손가락, 보들보들한 피부, 소음인 체질이라고 하는 곱상한(?) 골격을 가졌다. 머리카락이 굵고 숱이 많다. 며칠 감지 않아도 견딜만 하다. 눈코입이 크지 않다.
그는 나와 다르다.
머리는 하루만 안 감아도 떡이 진다. 내 몸에서 구경 한번 한 적 없는 여드름이 아직도 등에 오돌도돌하다. 가느다란 머리칼을 쓸어 넘기면 시원한 이마가 백만불짜리다. (내 머리카락으로 올백 만들려면 무쓰 한 통 들어가야 한다. 거기에 뻣뻣하기까지 하다.)
그의 어깨는 넓다. 떡 벌어졌다. 딱히 운동을 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타고난 골격이 그렇다.
그와 나는 생활방식이 다르다.
난 한치(약 3.03cm)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다. 현관에 들어설 때 벗어 놓는 신발은 가지런 해야 한다. 신발 코가 나란히 (당연히 옆 신발과 맞춰) 앞을 향하여 있어야 하고, 종류별로(구두-운동화-크록스 등) ‘앞으로 나란히’를 해야 편하다.
목욕탕 실내화라고 봐주지 않는다. 들어갈 때 발만 뻗으면 바로 신을 수 있는 거리에 있어야 한다. (이렇게 하는 나는 답답하지 않다. 그와 나의 다른 점을 구분할 뿐이다.)
그는 나와 다르다. 한쪽 신발은 45도쯤 왼쪽에, 다른 쪽은 그나마 앞을 향하여 놓여 있다. 목욕탕 실내화? 그때그때 다르다. 어느 날은 오른쪽이 저 만큼 앞, 또 어느 날은 그 반대이다가 한다.
그는 숫자에 강하다.
불가사의하게 생긴(내 기준에 해석 불가능한) 수학 문제가 그에게는 희열을 준단다. (이 점은 아무리 이해하려대도... 내 상식과 두뇌로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다.) 그는 국내에 나와 있는 왠만한(?) 수학책 섭렵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난 교과서 외 읽고 싶지도 읽을 지식도 없다.
난 문학 소년이었고 이 정의는 지금도 유효하다.
말, 그림, 숫자, 신체 어느 것보다 글로 표현하는데 즐거움, 편안함, 그리고 자신 있다. (이건 순전히 나만의 생각이다.)
그와 내가 다른 점이 공통점보다 많다.
난 아침에 일어나면 이불을 가지런히 정리하여 침대 끝에 펼쳐 놓는다. 그래야 밤 새 흘린 땀이나 뭐 그런 것을 말릴 것 같아서 그렇게 한다. (과학적 근거나 검증된 것은 없다. 단지 그래야 할 것 같아서 그렇게 하는 거다.)
그의 침대는 잠옷과 이불이 함께 있다.
침대 한쪽에 (주로 벽쪽에) 돌돌 말린 이불이, 반대 편에는 벗어 놓은 잠옷이 ‘손을 벗어난 상태로’ 놓여 있다. 가끔 그의 방에 들어가 옷을 정리하다, 그의 리듬을 건드리는 건 아닌지, 이렇게 놓여지는 것도 예술작품만큼 귀한 자태인데 하면서 그냥 두고 나올 때가 있다.
난 하나의 일을 마무리하지 않으면 다른 일 추진이 안된다. 당연히 완급이 있다. 급하고 여유로운 순서가 정해질 때도 있고, 나도 모르게 정하여 할 때도 있다. 한꺼번에 할 수 없기 때문일 거다. 그는 나와 다르다. 이일 저일 한꺼번에 잘도 한다. 메일 답하면서 문서편집에 전화통화까지 막힘이 없다.
우리는 가족이다.
공통점으로 맞는 건지 달라서 잘 맞는 건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