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SING 2 (추적 6개월의 결말)
1.난 투지가 약하다.
어려울 것 같으면 금방 포기한다. 악착같이 덤비는 것이 없다. 북적거리는 엘리베이터 비집고 타는 경우가 거의 없다. 차라리 걸어 올라 간다. 새치기? 해 본적도 없을 뿐더러 설령 이리저리 밀리다 우연처럼 끼어 들더라도 자발적으로 이탈해야 맘이 편하다. 생활의 대부분이 그렇다.
대신! 쉽게 잊지 않는다. (뒤끝하고는 다르다.??!!...) 머릿속에, 마음에 각인된 것 언제든지 꺼내어 쓸 수 있다.
그래서 추적 6개월은 즐거움이었다.
2. 난 파랑새를 쫓는다.
내일은 오늘보다 나을 거야. 다음 달 엔 잘 풀릴거야. 내년에는 해소 될거야. 좋아질거야...
그래서 나아 졌냐고?
그렇다. 행복해졌다. 풀렸다. 나아졌다.!
포기하지 않으면 맘 먹은 일 이루어진다.
살다 보면 우연이 만들어 주는 필연이 있는 것처럼, 놓지 않으면 된다.
물론 회피와 타협의 경계선이었단 것 부정하지 않겠다.
그래서 반쯤 포기한... 추적 6개월이었다.
3. 난 숲세권에 산다. 반경 백여 걸음 안에 100년 된 백합나무, SNS에 검색되는 왕벚나무가 있다. 은행나무, 고로쇠나무, 소나무, 밤나무와 매실나무, 느티나무, 단풍나무 사이사이 철쭉과 회양목, 개나리가 있다. 삼백 걸음 밖은 온통 밭이다. 4000여 평 고구마밭, 그만한 넓이의 도라지밭, 인삼밭이 언덕만 한 산(?) 사이에 위치해 있다. (야트막한 산을 개간했으니 그렇게 보이는 거다.) 비록 퇴비 냄새 진동 하지만(대부분 한 두달이면 적응한다.) 코만 막으면 좋은 것 많다.
냄새 빼면 좋은 점 또 있다. 계절 따라 바뀌는 풍경이 좋다. 철따라 피고 지는 꽃이 있고, 먹거리가 나온다. 무엇보다 숲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동물이 많다. 사계절 붙박이로 살아가는 동물도, 나뭇잎 색깔 따라 나타났다 사라지는 손님 같은 동물이 있어 좋다.
가.참새
참 아주 많이 매우 부지런하다. 떼로 몰려 다닌다. 부부애가 깊다. 서열이 강력하다. 형보다 높은 가지에 앉지 않기, 부인 뒤 따르기, 친구 먹이 뺏어 먹지 않는 강력한 사회 규범을 갖고 있다. 이 녀석들 때문에 늦잠을 못잔다. 동트기 전부터 활동 시작! 해가 떠오르는 시각에 맞춰 절정을 이룬다. 집 앞뒤로 다니면서 떠들어 댄다. (참새는 짹~짹이 아니라 짹!짹!짹!짹!!이다.)
나.까치
까치는 그래서 까칠한가 보다.
어떤 나무든 맨 꼭대기에 앉는다. 해와 달이 함께 떠 있는 때 달을 등지고 꼭대기에 앉아 포즈 취하는 이 녀석을 보면 카리스마가 넘친다. 팔랑팔랑 날개 짓이 이쁘다.
다.꿩
위풍당당하다. 외박을 못하는 것 같다.
저녁 밥 짓는 시각 지평선 한 번 선회하고 낮은 포목으로 동쪽 숲에 내려 앉는 모습은 거만하기까지 하다. 가끔 고구마 밭을 가로 질러 귀가 한다. 왜 꼭 집에 갈 때면 소리를 지르는지.
‘여보, 까투리 나 왔소.!! 푸들푸들푸들들~~~’
라.멧비둘기
부부가 함께 다닌다.
노는 곳에서만 논다. 주로 서쪽 숲에 살며 아침 저녁으로 내려 앉아 먹이 활동을 한다. 다른 새들과 사이가 좋다.
마. 후투티
추적 6개월.
드디어 찾았다. 이 녀석 때문에 ★벅스 커피 쿠폰 두 개 나갔다. (얘들 사는 곳 알려 주시는 분에게 준다고 해서...'가끔 찾아 와' 노는 곳을 찾아 주었지만 그래도 상품은 나갔다.)
후문 (누가 양보할 것인가. May 08.2024)을 폐쇄하고 속상해 그쪽으로 발길을 끊었다. 사람의 발걸음이 닿지 않자 오솔길이 되었다. 한달도 안된 시간에 작은 숲이 되었다. 수북이 자란 풀을 헤치고 언덕을 돌아서자 후두둑 푸드득 요란하다. 녀석들의 휴식을 방해 했나 보다. 이 숲에 사는 새들 다 모여있다. 반가워라 흐믓한 미소를 날리는데...아~ 그 다. 어언 반 년을 찾아 헤맨 그다. 삼만 원 커피 쿠폰 두 장을 낚아 챈 그녀가 있다. (그냥 '통상적으로' she라 하겠다.) 엄마인지 아빠인지 (아마 아빠일거야.!) 위협 비행을 하며 어느 나무 이상은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 것을 보면, 사랑의 봄이 지나고 가족이 늘었나 보다.
바.그 외
가끔 제두루미도 날아 간다. 성호저수지에서 청미천까지 영역인가 보다.
까마귀, 가을에 잠깐 왔다 간다. 까치 등쌀에 못 견디고 바로 떠난다. 저녁 무렵 오리 세 마리가 편대 비행을 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소쩍새가 울어 댄다.
노루인지 고라니인지...발자국만 남기고 있다.
숲의 소요가 주는 소소한 즐거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