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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 May 30. 2024

그녀가 떠났다.

어치 안녕

그녀가 떠났다.

      

수많은 (나 포함하여 최소한 14명 이상)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날아갔다.

그녀도 떠남이 쉽지 않았음을 안다.

이틀인가 사흘(4일이 아님!) 동안 주변을 맴돌며 울부짖었음을 안다.

헤어짐은 또 다른 만남을 예고한다지만, 언젠가 다시 올까? 돌아올까? 부스러기 하나 만지지 않고 고스란히 놔둘까? 


겨우 한 달 보름 살다 갔건만 흔적이 깊다.  


             

그녀 집 앞을 지나는 사람들은 극도의 주의를 기울였다. 배달 라이더?

 

‘저만치 세워 주세요. 제발...’

‘왜요?’

‘여기 까칠한 여자가 산답니다.’     


그 한마디면 되었다. 

더 이상 다른 말이 필요 없다.     


‘우체부 아저씨, 우편물 여기에 놔 주세요.’

‘산책하시는 아주머니, 여기 지나가실 때는 수다 안돼요.’


별꼴이야라고 했냐고?

전혀 그러지 않았다.

혹시나 그녀의 기분을 상하게 할까 봐 말소리가 손짓과 표정으로 바뀌고 발걸음도 조심히 내디뎠다. 그녀 집 앞에서 수다를 떤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 그녀가 떠났다. 

간다는 말도 없이, 하룻밤 새 떠나갔다.          


금요일까지도 그녀는 멀쩡했다. 

두 눈 똥그랗게 뜨고, 경외심 가득 담아 들여다 보는 나와 눈이 마주쳤다.     

이 집에 어떻게 자리 잡은 지 알기에 허전한 가슴의 무게가 더 아프다.


          

그녀와의 만남은 영화의 한 장면처럼 드라마틱하지 않았다. 생뚱했다고 할까? 그녀는 당황스럽게 다가왔다. 어떻게 여기에 올 생각을 했지? 왜 하필 여기야? 난데없이 들이닥쳐 들어와 산다고 하면 누가 어서 오세요라고해?

 

오해와 준비되지 않은 만남은 서로에게 탐색의 시간이 필요했다. 시간이 지나고, 호의가 당연함이 되고, 그녀는 자신의 집 주변을 완벽하게 자기 것으로 설정했다.  

자리를 잡은 그들은 서둘러 몸에서 가장 부드러운 살을 떼어 보금자리를 만들었다. 그 장면은 지금 생각해도 눈시울이 붉어진다. 사랑이란, 모성은 (당연히 부성도) 그런가 보다. 보드라운 보금자리를 만들고 며칠 후 올망졸망 사랑의 분신이 태어났다. 무려 넷이나. 하얀 바탕에 깨알처럼 작은 까만 점이 점점이 박힌. 자연의 신비란~~


예쁘고 귀여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또 얼마만큼의 시간이 흐르고, 대단한 울음소리가 들리고, 그때부터인가 보다. 엄마 아빠가 바빠진 것이. 그 만할 때 먹는 시간보다 자는 시간이 더 많은 것은 자연의 섭리. 새끼들이 하루 내 자는 것 같지? 물론 엄마 아빠 눈치 살피랴. 고 녀석들 깰까봐 제대로 들여다 보지도 못했다.

 

‘뭐 먹을 것 넣어 줄까?’

‘아냐. 괜히 그러다 신경질 부리면 어떻게 해. 그냥 제 부모가 먹여 주는 대로 놔 두자.’


자연을 건들지 말자는 주장과, 약간의 간섭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주고 받으며 성장의 시간을 함께 했다.       

시간은 화살이라고 한다나?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2세들에 비하여 엄마 아빠의 바쁨은 안쓰러울 정도였다. 

새끼 때는 고슴도치도 예쁘다고 하던데.(고슴도치도 제 새끼던가?), 꼬물거리던 것이 어느 새 뽀얀 털이 나고, 노란 부리 벌려 합창하던 녀석들이 제법 모양을 갖춰가는 모습을 보며, 둥지 안 들여다보는 재미에 귀가 시간이 당겨지고, 연미 아빠, 구슬이 엄마 만나면 그들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행복한 시간은 빨리 지나간다. (이건 인간의 섭리다.) 

         

그렇게 사랑은 사랑을 받고, 새끼들은 자라고, 날개가 튼튼해지고, 그리고 떠났다.      

어치 형제자매가 떠났다.


(Apr 16. 2024. ‘막연한 분노는 수치로 끝난다.’의 결과) 

         


이미지 https://search.naver.com/search.naver?ssc=tab.image.all&where=image&sm=tab_jum&query=%EC%96%B4%EC%B9%98#imgId=image_sas%3Acafe_8a9cdc16e491999a5ef6a8681ceebc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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