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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Opinion 수필

산파법

To Mathematics. 22

by S 재학

예전엔 아이 낳는 것을 도와주는 할머니가 있었습니다. 산파라고 불렀어요. 나이 지긋하신, 아들·딸 많이, 건강하게 낳은 할머니께서 역할을 하셨습니다. 엄마가 동생 낳을 준비를 하시면 그 할머니가 따뜻한 물이 담긴 대야를 들고 방으로 들어 가셨어요. 그리고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고, 건넌방에서 초조히 담배 피우던 아버지가 나오시고, 산파 할머니가 아버지께 ‘튼실한 ○○’라고 말씀하시던 기억이 있습니다. 도시에 나오니 조산원이라는 간판이 보이더군요. 단박에 무슨 뜻인지 알았습니다. ‘아이 낳는 것을 도와주는 곳’ 그렇다면, 그곳에도 산파 할머니가 계시겠구나하며 지나치곤 했답니다. 40년도 더 전의 이야기랍니다.


수학 시간에 무슨 산파 이야기냐고요? 선생님이 종종 ‘그래서?’, ‘그다음에는?’, ‘왜 그렇지?’라고 끈질기게 물어 볼 때가 있지요? 알고 계시면서 물어 보시네라는 표정이 역력한 여러분의 얼굴을 보며 묻다 보면 결론에 도달하곤 했던 아름다운 기억이 있을 것입니다. 산파 기술(?)을 사용한 것입니다.


아기는 엄마가 낳지요? 산파 할머니는 옆에서 도움을 주기만 합니다. 지식도 마찬가지예요. 여러분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지식을 끄집어 내게 도와주는 역할을 한 것입니다. 산파법이라고 합니다. 소크라테스가 창안했다지요. 어느날 테스 선생님의 질문에 학생이 자신만만하게 대답하더랍니다.


아닌데? 맞아?


다시 물어봐도 마찬가지예요.


맞아요. (테스 형님, 아니) 선생님!

흠 그래? (넌 ○○다)


흥분하지 않고, 화내지 않고 물어 보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그다음에는?

왜 그렇지?


어느 순간 학생의 표정이 변하더래요.


아~ 선생님. 알겠습니다.!


학생은 모르는 것이 아니었어요.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을 스스로 고칠 수 있게 만들었을 뿐입니다.

선생님이 귀찮을 정도로 왜? why를 반복하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 그렇습니다.




가끔은 자신에게 산파법을 적용해 보면 어떨까요?

그래서?

그래서 어떻다고?


혹시 알아요? 지금 나의 말과 행동은 바르게 나아가고 있는가에 대한 답을 찾을 지...



이미지 출처

https://search.naver.com/search.naver?sm=tab_hty.top&where=image&ssc=tab.image.all&query=%EC%86%8C%ED%81%AC%EB%9D%BC%ED%85%8C%EC%8A%A4+%EC%82%B0%ED%8C%8C%EB%B2%95&oquery=%EC%86%8C%ED%81%AC%EB%9D%BC%ED%85%8C%EC%8A%A4+%EC%82%B0%ED%8C%8C%EC%88%A0&tqi=j4NZqsqo15VssPSflNRssssst6d-083907&ackey=hhn3erex#imgId=image_sas%3Ablog_ddca99414d37640a9e129630014029b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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