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비가 오면
장대비가 쏟아지면 사무치게 그리운 추억이 있다.
학급 교육과정에 명시는 안 되었지만,
우리 반의 연중행사가 있었다.
장마 기간에만 할 수 있는 행사였다.
사물함에
여벌 옷, 마른 수건 넣어 놓고 하늘만 쳐다봤다.
바가지로 퍼붓듯이 쏟아지는 오늘 같은 날,
특히 수학 시간이면 더 좋다.
나가자!!
수중 축구~
온몸으로 비를 맞으며, 미친 듯이 소리 지르며, 운동장을 뛰어다녔다.
쇼생크 탈출 엔딩 장면, 그 장면이 절로 나왔다.
물에 밀려 공은 나가지 않았다.
흙탕물에 뒹굴었다.
담임에게 고의성 짙은 태클이 많았다.
여학생들이 더 좋아했다.
창문에 매달린 다른 반의 시선도 좋았다.(?)
우리도 축구해요?
S 선생, 왜 튀고 그래?
수중 축구 한번 하면 약효가 한 달 갔다.
사춘기 특효약 따로 없다.
(주의사항)
-맨발이어야 한다.
-학부모와 교감, 동의, 신뢰가 있어야 한다.
-물에 젖는 것 싫어하는 학생도 있다.
-교장, 교감 선생님의 꾸중과 격려 각오해야 한다.
-학급 담임이 할 수 있는 특권이다.
2000년대 초반에 그랬으니…, 아마, 지금은 어려울걸~
퇴근길 공원 풋살장에서 웃통 벗고 축구하는 아이들을 보며 ‘나도 하고 싶다’, ‘저 때가 좋은데’라는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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