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기수
며칠 전 뉴스를 보며 한 소녀가 생각났다. 뉴스는 이랬다. 중국 장쑤성에 사는 양씨 부부는 지난 2022년 5월 딸을 낳은 후 딸의 외모를 보고 병원에서 아기가 뒤바뀐 것이 아닌지 의심했다고 한다. 그러나 유전자 검사 결과 딸은 양씨 부부의 친자가 맞았다. 이에 부부는 가계 조사를 했고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종조부가 러시아인이었다. 증조부에게서 물려받은 외모 관련 열성 유전자가 남성에게서는 비활성화되다가 딸에게서 나타났다는 것이다. (2025-12-8. 서울신문)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사실을 증명하기 어렵다. 하지만 사실이다. 실제 겪은 일이다. 두 눈으로 똑똑히 본 것을 기록하였다가 옮기는 것이다. 비현실적인 일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비현실이고 불가능이지만 불가능은 없다. 사실을 전달한다.
점촌을 지나 얼마나 걸었을까?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산의 연속이었다. 어제저녁 감자 두 개 먹은 것이 전부다. 허기로 주저앉을 지경에 한 모퉁이를 돌면 저만큼에 또 산이다. 몇 개인가를 넘어 낮은 구릉을 끼고 돌자 밭이 나타났다. 자갈투성이 밭이다. 골라낸 돌로 담을 둘렀다. 밭에는 콩이 한 뼘 정도 자라고 있다. 폴짝 뛰어넘을 높이의 돌담으로 경계를 만들었고, 그 끄트머리에 집이 있다. 두툼한 나무껍질로 지붕을 얹은 너와집 지붕 두 개가 나란히 붙었다.
춘호 발길이 자연스럽게 집으로 향했다. 출입문이라든가 그런 것은 아예 없다. 돌담이 끊어지고 흙이 반질반질 다져진 곳이 드나드는 문인가 보다. 잎이 무성한 보리수 아래 몇 사람이 햇빛을 피하여 앉아 있다. 들어서는 사람을 경계심이라곤 없는 눈빛으로 쳐다본다. 지나가는 바람만큼도 관심이 없다. 춘호가 학습지를 흔들며 아버지인 듯싶은 중년 남자에게 영업을 시작했다. 어쩌면 저리도 말이 술술 나오는지. 때와 장소에 어울리게 말이 나오는 춘호의 입은 신기하다. 그런 춘호를 집주인은 물끄러미 바라볼 뿐 아무런 반응이 없다. 춘호는 입으로 학습지를 말하면서 눈으로는 부지런히 부엌과 마루 언저리를 훑었다. 학습지 영업이 아니다.
‘배고파 죽겠어요.’
라는 말이 표정 가득한 얼굴로 부지런히 떠든다.
춘호의 절규를 뒤로 하고 기수는 어디선가 들려오는 졸졸 물 흐르는 소리를 따라갔다. 집 뒤로 작은 개울이 흐르고 있었다. 물소리에 정신이 팔려 사람이 있는지 몰랐다. 반반한 바위 위에 두 세 명의 아이가 놀고 있었다. 두세 명인 줄 알았다. 초등학교 5~6학년쯤 되었을까? 나이를 짐작할 수 없었다. 아니 나이를 생각 못 했다. 두세 명의 아이 중 한 아이에게 집중하느라.
‘어? 어떻게 저럴 수 있지?’
완벽한 금발이었다. 눈이 부시게 찬란했다. 햇빛을 반사하며 찬란하게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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