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Opinion 수필

기행문

보이는 것

by 재학

몇 년 전 대만 여행을 하며 화련 계곡에 앉아

이 골짜기 저 계곡 넘어 사람들이

식량 때문에 서로의 머리를 원하고 장식으로 가졌던

풍습이 있었다는 설명을 들으며

어느 화창한 봄날

산 위에 사는 청년과 강가 처녀가

먹을거리를 찾아 헤매다 맞닥뜨리고

본능적으로 겨눈 창날 끝이

서로의 머리에서 눈빛으로


시선이 옮겨지는

상념에 빠졌다.


동족의 눈을 피해

키워 가는 사랑만큼

위험도 늘어 가다


멧돼지를 쫓던 두 마을이

계곡에서 맞닥뜨리고


서로의 창날에

형제와 가족 중 누군가를 잃은 사람들은

또 다른 복수를 외친다.


칼날을 피해

두 사랑은 먼 길을 떠난다.


아침 먹은 식당의 노부부가 그들 아닐까?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메모했다. 몇 장인가 써 내려갔다. 쓰는 내 가슴이 두근거리고 얼굴이 상기되었다. 골짜기가 안개로 덮이기 전에, 두 사람이 사라지기 전에 이 감정 이 느낌 붙잡아야 했다.


여행에서 돌아오고 복기를 하는데,

그 마음 느낌 감정이 안 생기는 거다.

두 남녀는 까마득히 사라져 버렸다.



홋카이도.

자연과 이야기 속에 무엇을 보았나?

휘몰아치는 눈보라 속 온천에 앉아

선남선녀 대신

맥주만 떠오르는 이 느낌은 뭐지?


생각이 없어서 좋은 여행도 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똘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