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지 팔달산

11.중년 남자와 개

by 재학

관리 센터 P-03-053(2020.4.15.Fri. PM. 18:07)


곤혹스러운 커플이 다가온다. 고집이 덕지덕지 앉은 얼굴이다. 팔다리가 드러난 민소매에 등산바지를 입었다. 중년의 아저씨, 한 손에 검은 비닐봉지를 달랑거리고 다른 손에 개 목줄을 쥐었다. 개가 앞장섰다. 온몸이 회색 털이다. 아궁이 속에 들어갔다 나온 것 같다. 개 표정이 주인과 같다. 온통 길을 차지하며 다가온다. 아무것도 두려울 것 없다는 행동이다. 개는 맘대로 풀숲에 코를 박고 킁킁거리다 걷다를 반복한다. 줄을 잡은 주인은 무심히 따를 뿐이다. 이들이 지나는 길은 이 길을 걷는 모든 이들을 초토화 시킨다. 비켜! 더러는 싫은 표정을 하기도 하지만 결코 입을 열지는 않는다. 개 목줄을 좀 더 짧게 잡으면 안 되나?라고 소리치고 싶은 표정이다.


이 도로의 청소부. 관청에서 나온 청소부가 아닌, 길옆 편의점 주인 내외다. 할머니는 편의점에서 동쪽으로, 할아버지는 서쪽으로 빗자루 질을 해 나간다. 할머니는 커다란 비닐봉지에 집게로 쓰레기를 담고 있다. 할아버지는 대빗 자루로 길 옆 나무에서 떨어진 낙엽을 쓸어내린다. 아스팔트 길은 쓸기도 쉽지 않다. 소리만 요란하고 달라붙은 낙엽은 떨어지지 않는다. 한 번으로 쓸릴 바닥을 몇 번이나 반복하게 만든다. 할아버지는 인내심을 갖고 길을 쓴다. 하루 이틀 쓴 동작이 아니다. 할아버지의 비 질을 피하여 앞으로 지나가는 사람, 등 뒤로 지나가는 사람. 이왕이면 뒤로 지나가면 좋으련만. 할아버지의 빗자루 끝에 낙엽 다음으로 많은 것이 담배꽁초, 커피를 담았던 플라스틱 컵, 500㎖ 생수병, 초콜릿 포장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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