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두 사람
빗자루질을 하는 할아버지가 멀어져 간다. 모퉁이 돌아 오른쪽으로 내리막길과 왼쪽으로 산을 감아 도는 길이 이어진다. 중앙에 서면 도시 북서쪽이 펼쳐지고, 맞은편에 언덕 같은 산이 하나 있다. 숙지산이다. 꼭대기까지 집들이 들어 차 있고, 중턱의 아파트가 정상이었을 부분을 가리고 서 있다. 이 구간은 산허리를 돌던 사람들이 잠깐씩 발을 멈추고서 한숨 고르는 곳이다.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펼쳐진 시장통, 그 너머 아파트와 아파트 사이로 간신히 보이는 연립주택 단지를 바라본다. 그러고 나서 몸을 돌려 운동기구로 향한다. 하나의 기구에 매달려 오래도록 운동을 하는 할머니가 보인다. 굵고 짧은 다리를 평행봉에 걸치고 머리만큼 올라가게 할 수 있다. 그 옆에서 20㎏ 역기를 벌써 30분 넘게 들고 내리는 할아버지, 훌라후프를 언제 멈추려나 싶은 할머니가 있다.
두 남자가 나타난다. 검은색 점퍼를 입은 나이 든 남자와 마흔쯤 된 남자. 나이 든 남자 뒤를 중년의 남자가 뒤따른다. 뒤따르는 남자는 장애인이다. 소아마비다. 뒤틀려 흔들리는 손과 몸이 따로 움직인다. 나이 든 남자는 기다린다. 몇 발자국 앞서 걷다 서다를 반복한다. 장애를 가진 남자에 못지않게 나이 든 남자의 행색도 초라하다. 앞선 남자가 뒤돌아서 뭐라고 하는 것 같다.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다. 그들이 지나갈 때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겠다. 어떤 사이일까? 부자 관계일까, 형제라고 하기에는 나이 차이가 많다. 어떤 공동체에 속해있을까? 한참 후에 돌아본 그들은 아직도 언덕을 오르고 있다.
함성 소리가 들린다. 길 아래 족구장에서 나는 소리다. 족구와 배드민턴을 할 수 있다. 알록달록한 제기가 날아다닌다. 경쾌한 발 놀림만큼의 웃음소리와 거침없이 내지르는 함성, 남자 셋, 여자 셋이 동그란 원을 그리고 제기를 찬다. 커다란 제기가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오른다. 땅에 떨어지기 전에 발 앞부리로, 뒤꿈치로 재주 좋게 차서 다른 사람에게 날린다. 우리 말과 외국말이 뒤섞여 요란하다. 주변을 의식하지 않는 활기가 가득하다. 그들이 차지한 운동장 옆 벤치에 앉은 노인들이 무심한 눈으로 제기를 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