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지 팔달산

13.하루가 지나가다.

by 재학

노부부가 나타났다. 오랜만에 본다. 언제 봐도 곱게 늙은 모습이다. 팔십 안팎으로 보인다. 할아버지는 짙은 색 점퍼에 밝은 바지, 가죽 재질의 편안한 신발을 신었다. 곱게 빗어 넘긴 흰머리가 햇빛에 반짝인다. 할아버지와 나란히 걷는 할머니도 할아버지에 비하여 조금도 뒤떨어지지 않았다. 비슷한 키, 맞춤옷, 신발은 다르다. 흰색 운동화다. 잘 어울린다. 급할 것 없는 걸음이다.


젊은 여자가 아랫길에서 올라온다. 복장이 젊음이라는 것을 알린다. 무릎까지 내려온 후드 셔츠, 까만색 모자, 흰 마스크로 온몸을 가렸다. 허벅지가 허리 굵기다. 운동이 필요할 것 같다. 모자 밑으로 드러난 눈이 부지런히 주변을 살핀다. 경계심이 많은 걸까? 사람을 꺼리나? 이 시각 이 길에 나타난 드문 젊은 사람이다.


다섯 개의 눈이 지켜보는 가운데 팔달산의 하루가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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