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동주

by 재학

40년 지기 동주 아내 장례식장에 갔다 왔다.

동주와 그의 아내를 알고 지낸 시간이 그렇게 되었다. 덤덤히 말하는 소리에 무슨 실없는 농담을 하냐고 했더니, 허허 웃으며 농담 아니라고 하는 말끝이 울음으로 변했다. 부랴부랴 달려갔다. 그의 처 미석은 조용하기 그지없는 여자였다. 연애할 때 넷이 만나면 주변 사람들이 돌아볼 정도로 시끄럽게 떠들고 웃었는데 돌아오는 길에 미석이만 소리 없이 웃었다는 것을 알고 고개를 가로젓고는 했었다. 서로 가정을 이루고 동주는 인천으로, 나는 경기도로 떨어지게 되었다. 직장 생활 바쁜 중에도 매달 한두 번은 만났다. 아이들 유모차에 태워 공원을 돌면서 여자들끼리 앉아 이야기를 하게 만들어 주었다. 동주가 그런다.

'아야, 미석이 휴화산이었어.'

"어? 뭔 말이냐?'

'지난번 미석이네 회사 사내 체육대회가 있었는데, 글쎄, 거기서 미석이 회사를 완전히 뒤집어 버렸지 뭐냐.'

'야 좀 자세히 말해봐. 뜸 들이지 말고.'

가족 초청 사내 행사여서 동주도 아이를 데리고 참가했단다. 직원 수 70여 명 조그만 회사로 대부분 알고 지내는데 거기서도 미석은 조용한 사람으로 존재감이 크게 없는 사람이더란다. 오히려 동주가 더 설치고 다니면서 족구니 달리기니 해서 상품을 받았단다. 점심을 먹는데 역시나 미석이 스스로가 아닌 부서 사람의 부름으로 같은 자리를 만들어 먹었단다. 그리고 오후 마지막 행사, 부서별 장기 자랑.

어떻게 해서 미석이 올라갔는지 모르지만 미석이 무대에 서더란다.

손을 앞으로 모으고 다소곳이 고개를 숙이고. 무슨 청승맞은 노래를 부르려나 했단다.

'김완선의 오늘 밤'

반전이라고 쉽게 말할 수 없었단다. 노래도 춤도, 김완선 뺨을 쳤단다. 부서 사람 17명이, 한 사람도 빠진 사람 없이 모두 무대로 뛰어올라 아내를 둘러쌓고 미친 듯이 흔들어 대는데, 아무리 에워싸도, 젊디젊은 애들도 미석이 노래와 춤을 따르는 사람이 없었단다.

가슴, 머리, 허리, 팔 다리가 따로따로 놀더란다. 미석이가 아닌 것 같았다고, 저건 미석이 아니야라고 저도 모르게 중얼거려지더란다. 외설스러웠냐고? 전혀, 오히려 자랑스럽고 성스러웠다고 한다.

체육관이 뒤집어졌단다. 박수, 함성, 떼창

공기도 파도를 만든다는 것을 그때 알았단다.

그 뒤로 미석은 다시 예전의 미석이 되었고, 또 그런 줄 알았다. 그날 미석은 아마 잠시 다른 사람이었을 거야라고 치부하지 않았을까?

'어떤 모습이 진짜 미석이었을까?'

동주가 술잔을 기울이며 중얼거렸다. 위암 판정을 받고 몇 번인가 항암 치료를 하고, 7개월 만에 손을 놓더란다. 예전의 조용한 여자로 돌아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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