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디기 힘든 서른마흔다섯가지
그 중 두 가지는
습기
며칠이나 비가 쏟아져 빨랫감을 들고 빨래방까지 가서 빨아야 했던 그 즈음에 나는 온 몸과 마음이 힘들었다. 에어컨은 더울 때도 필요하지만 덥고 습할 때 더욱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이놈 에어컨이 나한테 그거 가르쳐 주려고 해마다 말썽을 일으키고 있지는 않을 테지만 말이다. 아침이면 아이들이 얼른 등교하기를 바랐고, 오후 두 시도 채 안 되었는데 하교를 하면 그 때부터 안절부절 하고 기어이 팩 하고 아이들에게 성질을 부리곤 했다. 돈 주고 냉매 넣었는데 또 냉기 안 나와서 에어컨 없이 사는 요즘은 오히려 너도 나도 선풍기 하나씩 꿰 차고 있으면 꽤 평화롭다. 습기다. 습기가 견디기 힘들다.
얼룩
벚꽃이 온 동네를 수놓고 간 자리에는 버찌? 맞나? 버찌가 대롱대롱 달려 바닥에 투두둑 떨어졌다. 아이를 키우지 않을 때는 그런 게 떨어졌나 하는 정도였을 것이다. 가을에 은행 열매 떨어진 길가에 똥내 때문에 인상이 찌푸려 지는 것 처럼 길 가다 바닥이 지저분해 올려다 보면 거기 벚나무가 있구나 하는 정도였다. 드러내야 존재가 느껴진 정도였다는 건데,
앞전에 글로도 썼지만 바닥에 뭐가 있는지 내가 다 보고 다닐 거야 의 영유아 시기엔 보고만 다니는 것이 아니라 철퍼덕 주저 앉기도 예사에 고것에 손을 대 보니 묻네? 그림도 그려보고 옷에도 묻혀 보고 문제는 얼룩이 지워지지 않아! 예쁘게 차려 입고 어린이집 다니는 아이들 보면 미안할 정도로 나는 내 아이들이 어린이집 다닐 때 편하고 때가 타도 티가 덜 나는 옷들을 입혀 보냈는데 얼룩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였다.
후에 얼룩을 야무지게 지워주는 제품을 친구에게 추천 받아 마음의 부담은 한결 가벼웠지만 여전히얼룩에는 예민하다. 멀쩡한 옷이 못 입을 옷이 되는 기분이 들 때가 많다. 정작 그 옷을 입는 아이들은 아무렇지 않아 하는 데 말이다. 요새는 아이들이 저녁에 옷을 벗어 놓으면 오늘 떡볶이 먹었어요 김치를 흘렸어요 후식이 초코빵이었어요 노래하는 옷들에 얼룩 제거제를 뿌려놓고 빨래 바구니에 걸쳐 놓는다. 당연히 내 옷에도 매우 민감한데 얼룩이 생기면 일 하러 갈 때 입고 가고 싶지가 않아서다. 옷을 매번 살 수도 없고 하여 점차 홈웨어만 늘어가는 중. 얼룩. 얼룩을 견디기 힘들다.
헐.. 서른 마흔 다섯가지 더 남았는데 두 개 쓴 게 이 정도.. 오늘은 된통 부정의 아이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