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충분하다

내가 나 자신에게 해 줄 수 있는 최고의 격려

by 구우

...나는 요새 매일 세 번씩 '나는 충분하다'라는 주문을 되뇐다. 이 주문은 자꾸만 나 자신을 '형편없는 존재'로 깎아내리려는 내 안의 초자아가 뿜어내는 독성으로부터 나를 보호해준다. '나는 충분하다'라는 주문을 되뇌며 내가 이미 지니고 있는 것들로 내 삶을 조화롭게 가꾸고 싶어 하는 내 안의 더 큰 나와 만난다.나는 충분하다.(후략)

리더 경 님이 선물해 주신 정여울 작가가 쓴 <끝까지 쓰는 용기>에서 읽은 글이다. 일부분만 실어놓았다. 작가님은 글을 쓸 때 모든 문장에 다 심혈을 기울여 써야 한다고 했다. 물론 늘 그러하지만 과거 자신이 쓴 책에서 그리 크게 중하지 않다 여긴 문장을 독자들이 소중히 여겨 캘리그라피 까지 한 걸 보고는 다음부터 더욱 어느 한 문장 소홀하지 않게 신경 썼다고. 나는 저 '나는 충분하다' 라는 문장은 작가가 오래 고심해서 쓴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아니어도 상관은 없다. 달력이 정해놓은 내 올해의 마지막이 성큼성큼 다가오는 이 때 저만큼 날 위로하고 독려해 주는 문장이 또 있을까?

한 번씩 나는 '할 수 있다' 라는 말을 소리내 말한다. 주로 싫은 일이나 힘든 일 앞에서 그러는데 안 하는 것 보다는 하는 편이, 그것도 소리내 말하는 편이 환기에는 확실히 효과가 있다. '나는 충분하다' 라는 말은 아침을 시작할 때도, 하루를 마무리할 때도, 사실 아무때나 다 소리내 말하거나 종이에 적어 보아도 좋겠다. 나는 사실 거의 게으르지만 그래도 한 번씩 책을 손에 쥔다. 이 책이 머리 아프면 다른 책이라도 집어든다. 처음부터 읽어야 한다는 강박에 힘들어 시도도 안 하던 때와 달리 아무려면 어떠냐 싶어 중간부터 펼쳐 읽기도 한다.

어제 남편과 이야기 나누었듯이 뭐든 오래 지속 되려면 자주 접해야 한다. 내가 '금쪽같은 내새끼' 라는 프로를 챙겨 보고 육아에 관련된 책을 자주 보려고 노력하는 이유이다. 보면 본 날에는 잘 할 수 있다. 적어도 생각하게 되고 후회하고 미안해 할 수 있다. 안 보면 몇 십년 간 경험해 축적되어 온 감정과 습관이 먼저 나온다. 그래도 안 되는 날이 더 많다. 책도 안 보는 날이 더 많다. 감정을 표현해 상대에게 내 마음을 전하고 변화를 촉구해야 한다고 하는데 오로지 분노만 표현해 상대를 주눅들게 하고 상대로 하여금 나에 대한 원망만 남게 할 때가 더 많다. 그런 날에는 자책하며 차라리 아무것도 모른 채 살았으면 좋겠다 하고 주저앉는다.

그래도 나는 자신있게 '나는 충분하다' 라고 말하련다. 내 아이들은 엄마를 잔소리쟁이로 다룬 책을 보면 저들끼리 우리 엄마는 잔소리 안 하는데. 라고 말한다(이건 사실과 달라 좀 부끄럽다. 왜 잔소리를 안 한다고 생각하지? 하지만 아이들이 그렇다니 그런 걸로). 여자아이니까, 혹은 언니니까, 맏이니까 이러저러해야지 하는 소리를 들으면 우리집 첫째아이는 고개를 갸웃한다. 평소 들어보지 못한 소리라서다. 내가 잘 하고 있다는 차고 넘치는 증거에 앞서 만약 누군가 나처럼 고군분투하며 홀로 외로워하고 있으면 나는 서슴없이 말 해 줄 것이다. 너는 충분하다고. 뭐지? 왜 자화자찬 쓰고 있는데 눈물이 나오려고 하지?(술 안 마셨습니다)

모두가 충분하다. 오늘 내 가족들에게도 늘 차가운 내 손을 따뜻하게 만들어서 손을 잡으며 너는 충분해 너는 충분해 당신도 충분...해 라고 말해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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