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이 없어도 생각은 계속 해야지

쓰레기를 만들며 매일을 산다

by 구우


언젠가는 입겠지 하면서 몇 년째 자리만 지키고 있는 옷들을 버려야지 버려야지 마음을 먹고 언제든 버릴 수 있으니 다음에 라며 미룬다. 집이 복잡하게 느껴지는 건 물건들이 제 자리에 있지 않고 나날이 새로운 물건들이 쌓이는 탓인데 몇 벌 되지도 않는, 숨죽여 제 자리에 고요히 있는 옷들에 자꾸 시선을 보내며 저것만 없애면 기분이 탁 트일 것만 같다.




우리집 깨끗해 지자고 지구에다 쓰레기를 버리는 셈이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아 나는 모른 척 하고 싶다. 저 먼지를 어떻게 하지 고민하다 물티슈를 한 장 뽑아 닦으면서도 내가 또 쓰레기를 만들었네 하는 생각이 든다. 면생리대를 철벅철벅 빨면서 이렇게 버리는 물이 더 오염일까 일회용 생리대를 버리는 게 더 오염일까 매달 생각한다. 어린이 그림책은 양장에 어떤 건 속지도 매끈한데 이건 재활용이 어떻게 되는 거지? 분리수거날 나가보면 노끈에 묶인 전집 뭉치가 안 보이는 날이 없다.




종이를 버릴 때 비닐코팅이 되어 있는 부분은 찢고 스테이플러가 찍혀 있으면 제거하고 내놓는다. 페트병이야 라벨이며 뚜껑 제거한 지 오래 되었고 비닐이나 음식용기도 오염이 되어 있으면 세척하고 안 지워질 것 같으면 그냥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린다. 자잘한 크기의 것도 그냥 버린다. 이전보다 종량제 봉투가 자주 차오르지만 그게 맞는 것 같아서 그리 한다. 그런데 이렇게 용을 써도 분리수거날 가보면 오늘날까지 스티로폼 모으는 곳에 컵라면 용기가 떡하니 있다. 플라스틱 모아놓은 곳에는 제대로 헹구지 않아 오염된 용기가 나뒹굴고 있다.




밥 하기 귀찮으니 배달 시켜 먹거나 밀키트를 사서 해 먹을까 하다가도 쓰레기 나올 거 생각해서 안 한 적이 있다. 목이 말라서 물 하나 사 마시려다 돈도 아깝지만 쓰레기 나오겠구나 해서 참은 적이 있다. 아이들 쓰고 그리고 하는 종이는 이면지를 사용하게 한다. 그래도 나는 자주 책을 산다. 한 벌 만드는데 물이 엄청나게 많이 들어가고 폐수를 만들어내는 청바지도 자주 입는다. 비염을 달고 사니 휴지 사용량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나부터 실천하고 노력해야지 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요즘엔 나 하나 기를 쓴다고 뭐가 달라지나 하는 허탈감이 더 많이 생긴다. 나만 해도 할 만 한 건 하고 안 되는 거엔 눈 감으니 말이다.




사실 답도 없다. 모두가 친철하게 외면하고 있는 사안이라 어디 이야기 나누기도 어렵다. 며칠 전 수업을 하는데 지구 온난화로 섬도 가라앉고 빙하도 녹는 이 상황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란 질문에 환경을 보호하고 가까운 곳은 걸어가요 라는 대답이 자판기 버튼 눌러 커피 나오듯 막힘없이 툭 나왔다. 그러면서 학생이 덧붙였다. 이런 건 정말 수십 번을 하는 것 같아요. 맞다. 나는 그 나이 때 그런 말을 막힘없이 해 본 적이 없다. 그 때에도 전에는 냇물을 그냥 마셨어 라는 말을 듣긴 했지만 집 근처에서 메뚜기도 잡고 일요일에는 큰 물병 카트에 싣고 약수터 가서 물도 받아왔었다. 그래 이렇게 어린 너희도 잘 알고 있으니까 어른들까지 모두 노력하면 변할 수 있어 라고 대답은 했지만 실은 잘 모르겠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나는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