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 안 내기 위한 여러 장치들

글쓰기가 그 하나이고..

by 구우

화와 분노에 대한 글을 쓰려면 내가 우리집 어린이에게 화를 얼마나 자주 그리고 크게 내는지에 대해 적어야 하는 상황이라 참 손이 안 움직여진다.


어떤 주제의 글이든 사실 쓰다보면 마음이 가라앉고 어떤 감정이 되었든 그것의 진짜 원인이 안개가 걷힌 듯 드러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만약 아이 때문에 열이 난 상태에서 글을 쓴다면 내가 못난이 임을 내 손으로 적어내려가야 하는 셈이 된다. 하긴 그렇게 쓰다 만 글이 어디 한 두개일까.


그리고 아이들이 지금 집에 없어서 오롯이 홀가분한 지금 이 상황에 과거 아이들을 나무라고 화를 냈던 기억을 끄집어 내는 것도 불필요하고 말이다. 굳이 끄집어내면 또 위 문단의 글과 같은 상황이 반복되기 때문에..


한동안 육아서를 손에서 놓지 않은 만큼 육아서는 쳐다도 보기 싫은 때가 있었는데 도저히 책에 적혀 있는대로 아이를 대하는 게 불가능해서였다. 아이가 위험한 행동을 하면 우선 그 위험인자를 치운 다음에 아이에게 이야기를 하라고 하던데, 아니 가위는 위험하니까 바닥에 두지 말라고 골백번을 말했는데도 또 바닥에 두는 것도 말 없이 치운 다음에 타이르듯이 이야기해야 한단 말이야?


기실 저 가위의 예는 우리집 어린이들처럼 초등학생이 아닌 더 어린 아이들이 그 대상이겠으나 그런 걸 일일이 가려보지 못해서 매번 아이들의 부주의함에 화를 내고 뒤돌아 후회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아이들에게 부족해 보이는 모습은 나에게도 고스란히 있었다.


놀랍게도는 무슨.. 아이에게 어떨 때 화가 나느냐고? 나와 닮은 모습이 보일 때이다. 나와 닮아서 화를 낸다기 보다는 아이니까 할 수 있는 잘못, 그걸 조금 더 넘어 다른 아이와 비교할 필요는 없겠으나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많이 부주의해 안전사고의 위험을 부르는 모습, 쉽게 말해 말도 안 듣고 덜렁거리고 마음대로 행동을 해서 혼꾸녕을 내지만 나에게도 그런 모습이 많다는 걸 부정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나는 사십 년 넘게 산 나도 못 고치는 이런 부주의함을 이제 열 살 된 아이에게 골백번을 말했는데! 소리치며 다그쳐도 되는 것인가? 나도 남편이 나에게 같은 소리 여러 번 하면 듣기 싫다. 그래서 그만 하라고 말도 한다. 하지만 아이는 나에게 그렇게 할 수가 없다. 이상하게 억울하고 서글픈데 틀린 말은 아니니까 말이다. 나는 권력으로 아이를 누르고 있는 셈이다.


다시 말해 내 아이는 만만하니까 내가 화를 내는 걸까? 아이고 그렇게까지 비약하지는 말자. 나는 내 자식이 젤로 소중하니 말이다. 이런 되풀이를 막고 싶어서 다시 책을 열심히 들여다 보고 명상을 해야 하나 생각도 하고 잠이 부족하나 싶어서 잠도 자고 어떤 극적인 사건을 다룬 뉴스를 보면 아이고 뭣이 중허냐 이리 건강하게 내 곁에 있는데 하며 각성을 해 보기도 한다.


잘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다. 오늘은 어땠지? 어땠지 보다 어떻게 보내야겠다 가 더 중요할 것 같다. 이렇게 오늘은 글을 쓰면서 마음을 다잡았으니 마무리까지 무사히 갈 수 있겠다. (202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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