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경력이 10년 이상

직종은요..

by 구우

잘하면 다음달부터 마트 문화센터에서 수업을 하게 된다. 잘하면이라고 가정을 한 이유는 수강생이 몇 명이 모집이 될 지에 따라 개폐강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좀 더 정확히는 내가 개강과 폐강을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6월부터 이야기가 나왔고 필요한 서류를 작성하고 떼 오고 제출하며 시간이 흘러 8월인 지금은 모집 기간이다. 문득 생각해 보니 모집 광고가 떴을 것 같아서 한 번 찾아봤다.



여보, 그 문화센터 수업에 말이야. 강사 소개란에 내 지금 하는 일이 경력이 7년이라고 적혀 있는 거 있지? 개월 수로는 그렇게까지는 안 될 것 같은데 햇수로 쳤나 봐. 7년이라니 세상에.. 아이 낳기 전까지 일했던 회사 근무 년수보다 더 많아. 이 일이 내 최대 경력이 될 줄이야..




라고 나 혼자 저렇게 다 말한 건 아니고 남편의 크고 작은 추임새는 있었다. 출산 직전까지 다니던 직장이든 지금 일이든 의기가 충만해서 한 일은 아니었다. 일을 설렁설렁 했느냐면 그런 부분이 아니라 여러 사정과 상황으로 내 앞에 주어진, 혹은 내가 찾아나선 일이었다는 뜻이다.




당신은 내 부인으로서의 경력이 10년이 넘잖아. 우리 아이들 엄마 경력도 10년이 넘고 말이야.




라고 남편이 말했다. 무슨 소리.. 어머나 듣고 보니 정말 그랬다. 아내 경력이 10년 어쩌고 할 때는 ㅡㅡ 이런 표정으로 듣다가 아이들 엄마 경력이라는 데서는 어머나! 정말이네! 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사실은 나 어마어마한 경력직이었구나. 게다가 하루하루 갱신되고 있다. 이 일을 잘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지만 말이다.




사실 난 어떤 일이든 똑부러지게 하는 편은 아니라서 전 직장이든 현재 일이든 내가 일하는 게 어땠는지 또 지금어떤지 하는 것에 대해서는 절대 절대로 듣고 싶지가 않다. 들으면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서이다. 내 아이들에게 나는 어떤 엄마인고 하고 생각하다보니 어이구.. 전 직장 사장님 현재 내 일에 관련된 사람들보다 더 무서운 사람들이 내 아이들이구나. 어떤 말이 나올 지 겁이 난다. 요즘 퍽 육아에 기운 떨어지는 시기라 더 그런가 보다.




어마어마한 경력직, 시간이 흐르기만 한다고 베테랑 되는 건 아니라는 걸 뼈져리게 느낄 수 있는 리얼 육아 현장.. 그래도 대체적으로는 잘 하고 있다고 믿으며 기승전 화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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