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왜 이렇게 쉽게 짜증이 나고 언짢은지 생각을 해 봤다.
1.날씨가 덥다.
더워도 보통 더운 게 아니고 여름이라서 더운 게 아니라 기후 위기를 넘은 재앙의 수준이 도래한 것 같아 더위가 불쾌한 걸 넘어 불안하다. 관련 뉴스를 너무 많이 보았나? 찾아서 본 적은 없는데 자꾸 가르쳐 준다. 나의 앞날과 내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를 걱정하느라고 오늘 하루를 불편하게 보낸다.
2.문제집을 괜히 샀다.
아이들 방학을 맞이해 문제집을 야무지게 샀는데, 문제는 이미 풀던 문제집도 있다는 것이다. 한 달 남짓의 방학중 놀기도 놀아야 겠고 소소하게 잡힌 독서며 영어캠프도 다녀야 겠고 매일 하던 문제지도 있고 책은 알아서 잘 읽고 있는데, 추가로 산 문제집도 풀었으면 좋겠고 상품권을 미끼로 실은 내가 원해서 접수한 독서 경시 대회도 머지 않았는데 관련 도서는 읽으라 소리가 없으면 도통 들여다 보질 않으니 못난 잔소리와 엄포가 메들리로 나온다. 아이들의 눈물은 덤이다. 미안함과 자책에 내가 울고 싶은 밤이 이어진다.
3.할 일이 많다.
정확히는 욕심껏 책을 빌려 놓고는 내가 책도 하나 맘 편히 못 읽는 팔자구나 하며 스스로를 불쌍히 여기는 중이다. 책을 여유 있게 읽을 시간이 물리적으로 부족한 것도 사실이지만 시간이 남아돈 들 책을 하나 펼쳐서 엄청나게 집중해 읽어도 몇 십분 남짓이다. 그리고 나는 시간을 쪼개 책 읽는 방법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이 일을 하고 있으면 저 일을 해야 하는데, 저걸 하고 있으면 책은 언제 읽는담, 내가 이 시간에 이걸 하고 있을 게 아닌데 등의 의 생각으로 매일을 보낸다. 그 시간에 하나라도 했으면...
4.벌써 8월도 10일이나 되었다.
더운 건 싫고 날짜 가는 것도 싫고.. 어쩌라고?
오늘 아침부터 뭘 했는지 쭉 적어도 천 자는 넘겠고, 조리 있게 쓸 자신은 없으나 오늘 다 읽은 책에 대해서 부려놓을까도 생각했는데 번호까지 매겨가며 술술 글이 적어지는 걸 보니 진짜 적어야 할 게 이거였다는 걸 알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