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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우 Aug 12. 2022

계획적인 빈둥거림이 필요합니다.

일단 열심히 좀 먼저...

평일에는 아침에 출근해서 저녁이나 밤에 퇴근하고 주말에는 쉬는, 그러니까 회사 다니는 남편에게 집에 있는 시간은 곧 휴식 시간이다. 나는 일을 하는 시간이 들쭉날쭉한데 이는 비는 시간을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다는 뜻과, 계획 없이 시간을 보내기만 하면 할 일들에 쌓여 오도가도 못하게 된다는 뜻이 함께 들어 있다.



대부분 수업이 오후에 시작되니 한 때는 오전시간을 알차게 보냈다. 운동을 하러 다니기도 하고 뭔가를 배우러 다니기도 했다. 아는 사람을 만나 차를 마시거나 식사를 하기도 했다. 매일 그런 건 아니지만 그렇게 오전은 나만의 자유 시간이라고 생각했는데,




언젠가부터 그렇게 오전에 힘을 빼 버리니 수업에 집중하기가 힘이 들었다. 아니 내가 무슨 유리 체력도 아니고 오전 내내 산악 등반을 한 것도 아닌데 그 정도 가지고 힘이 드냐고 생각할 수가 있는데 보이는 대로 생각하면 사실이므로 원인을 알고자 하면 그 전날로 거슬러 가야 한다.




그렇다. 아침부터 출근을 하는 게 아니니 나는 밤에 늦게 잔다. 수업준비를 할 때도 있고 드라마를 볼 때도 있고 아무튼 언젠가부터 우리집에서 가장 늦게 자는 사람이 내가 되었다. 다음날 약속이 있으면 일찍 눕는다 라는 생각 자체가 없고 약속이 있으니 체력이 충전이 다 되지 않은 상태에서 부산스럽게 움직여 오후에는 방전이 되고 만다. 




이 악순환을 깨닫고 나서 나는 밤에 일찍 자느냐면 그렇지는 않고 오전에는 최대한 몸을 사리게 되었다. 어차피 약속이 매일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더욱 적극적으로 휴식을 취하게 되었다는 말이다. 그러다 보니 이것의 역효과는 다시 밤이 바빠진다는 건데 문제는 밤에 오롯이 나만의 활동을 하면 문제가 없으나 한 번씩 저녁에도 약속이 생길 수 있고 남편이랑 집에서 맛있는 걸 먹고 시원한 걸 마시다 보면 그 날 밤은 홀라당 날아가 버린다. 




어쩌라고?




하여 나는 가령 아이들을 챙기거나 집안일을 하거나 등 당장 해야 할 일들을 하고 나서 시간이 비면 좀 불안해졌다. 아무래도 할 일이 있을텐데 이 시간을 누워서 핸드폰을 보며 날렸다간 나중에 반드시 후회할 것 같은데 하며 말이다. 맛있는 거 먹고 맛있는 거 마시고 남편은 기분 좋게 자러 가면 나는 그제서야 아 실은 할 일이 남았는데..라며 슬프게 책상 앞에 앉은 게 한 두 번인가 말이다.




정해진 근무시간을 채우고 나면 저녁 시간 밤 시간 주말을 특별한 때가 아니면 일 생각을 할 필요 없이 있는 남편을 보니 생각이 많아져서 이렇게 글을 써 본다. 조금전에 남편과 나는 적게 일하고 많이 벌고 싶다. 들어오는 돈은 반가운데 일은 참 싫다 라는 이야길 톡으로 나누었다. 나는 새벽같이 일어나지 않고 오전에는 적극적으로 쉬며 주수입원이 아니라 미친 듯 바쁘게 일하지 않는 이점은 달콤하게 누리면서 (집안일과 아이들 관련 일은 대부분 내 몫이지만 여기서는 빼자) 스스로 계획을 세워 생활하지 않으면 삐거덕거리는 이 불편함이 불만스러워 이렇게 글을 쓰는 것이구나.




아이고 못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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