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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원택 Jul 28. 2016

1.4.2 HACCP는 사람 중심의 인본주의이다

기록은 직원 중심이다.

 식품업체 담당자를 대상으로 ‘HACCP 시스템을 현장에 적용하는 데 있어서 힘든 점을 꼽으라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라는 설문을 하면 많은 사람이 ‘기록’이라고 대답한다.


 기록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고 한다. 큰 규모의 회사조차 공정일지, 공정검사일지, 청결구역 위생점검일지 등 각종 기록지를 관리하는 것이 힘들다고 하니 작은 회사는 오죽하겠냐고 한다.

 

 그러나 아무리 힘들어도 기록은 HACCP의 7 원칙 중 마지막 원칙인 ‘문서화 및 기록 유지(Documentation & Record-Keeping)'일 정도로 중요하고, HACCP의 올바른 실행을 증빙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에 현장에서 반드시 관리해야 한다.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강연 중에 “기록물이 많으면 많을수록 편하다”고 할 때가 있다. 그러면 말이 끝나자마자 “기록할 것이 많으면 힘들지, 왜 편하냐?”라는 반박성 질문을 받는다.

 

 이때 내 답변은 언제나 정해져 있다. “기록물이 많으면 편하다고 한 제  말에는 전제 조건이 있다”라고 대답한다. 대답 속에서 언급된 전제 사항은 다른 것이 아니라 ‘기록은 기록하는 사람 입장에서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기록은 기록하는 사람을 위해서, 기록하는 사람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실행하고, 관리하면 편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기록이나 기록을 위한 점검표는 직원 지향적 사고에서 개발하고, 관리하면 힘들지 않다는 뜻이다.

 

 통상적으로 많은 사람이 한 장의 서식에 모든 것을 기록하면 기록지도 줄고, 편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기록 전체를 한눈에 볼 수 있으면 더  좋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을 뒤집어서 생각해 보면 또 다른 결론에 도달한다. 편하고 좋다는 한 장 짜리 점검표에 기록하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한 장의 서식에 수많은 것을 기록하기 위해서 현장 여기저기를 누비고 다니면서 체크해야 하고, 깨알같이 작은 칸에 난수표 같은 내용을 일일이 기록해야 한다. 점검요원 입장에서는 바쁘고, 정신없고 불편한 한 장 짜리 점검표일 것이다.

 

 기록을 보는 사람은 편할지 몰라도 기록하는 점검요원 입장에서 생각하면 사람 중심이 아니라는 기록 중심이라는 사실을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

 

 좀 더 현실을 보면, 기록 양식을 통합하다 보면 자기 업무가 아닌 분야를 점검 기록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예로서 살균공정 담당자, 냉각공정 담당자, 금속검출 공정 담당자가 따로 있는 경우에도 통합형 점검표 때문에 살균공정 담당자가 냉각공정이나 금속검출공정을 돌아다니면서 점검해야 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각 공정별로 각각 기록한다면 공정을 담담한 직원이 업무를 하면서 공정 온도, 공정 시간 등을 그때 그때 기록할 수 있어 편리하다. 이 두 가지를 비교해 보아도 기록 양식을 줄이는 것이 인력 운영이나 업무관리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저해할 수는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오히려 기록 양식이 많을수록 현장 직원이 더 편해질 수 있다. 따라서 기록용 양식을 만들 때 기록을 하는 사람 입장인지 아니면 기록을 결재하는 사람 입장인지를 명확히 구분해서 접근해야 한다.

 

그리고 공정별로, 장소별로 그리고 기록하는 사람 입장에서 양식을 개발 사용하여도 현장에서 불편하다는 불만이 나올 때가 있다. 이런 경우는 양식이 많아서가 문제가 아니라 점검 항목의 위치, 배열 또는 기입 간의 크기가 잘못되어 기록할 할 때 불편한 경우가 많다. 이때는 기록 담당자의 업무 위치, 동선, 시간, 시력을 감안해서 개발하면 개선할 수 있다.

  

지금까지 점검표에 사람이 종속되지 말고, 점검표를 결재하는 사람에 맞추어 점검표를 개발하지 말고 점검 기록하는 사람 입장에서 봐야 한다는 측면에서 기록 양식이 많을수록 좋다고 하였다. 


 하지만 기록 양식을 줄이는 것이 기록하는 사람 입장에서 좋을 때도 있다. 바로 중복 기록인 경우이다. 예를 들어서 살균 공정의 온도를 작업일지에 기록하고, CCP 모니터링 일지에도 똑같이 기록한다면 개선해야 한다. 작업일지와 모니터링 일지를 통합해서 현장 직원이 한 번만 기록해도 되게 해야 한다. 이런 경우는 기록 양식을 줄이면 줄일수록 효율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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