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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원택 Sep 06. 2016

1.5.3 선행요건과 HACCP는 빈도, 강도 차이이다

선행요건과 HACCP의 차이점은 관리 빈도, 강도 그리고 개선조치 즉시성

 선행요건과 HACCP의 차이는 무엇일까?

 

 컨설팅할 때나 교육할 때 간혹 “선행요건도 위해요소를 제어하고, HACCP도 위해요소를 제어하는데 선행요건과 HACCP의 차이는 무엇인가요?”라고 참석자에게 질문하면 대답을 주저주저하는 경우가 많다. 정확히 말해서 선행요건과 HACCP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일지도 모른다. 


 심지어 HACCP 인증받는데 가장 어려운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시설 개보수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는 대답 자체가 선행요건과 HACCP를 하나로 보고 있거나 혼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선행요건과 HACCP의 차이를 공장의 현장관리 사례로 설명하면 이 둘 사이의 차이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냉장 원료가 입고될 때 보관운송 온도가 올바른지 확인하기 위해 온도계로 품온을 측정하고, 원료의 겉 표면에 있는 이물을 제거하기 위해 전처리 작업실에서 1차 세척을 하고 선별대에서 육안 확인으로 이물을 제거하였다면 이는 입고 과정에서 냉장 원료의 온도관리, 전처리 과정에서 원료의 이물관리를 잘하고 있는 것이다. 즉, 현장에서 선행요건을 잘 관리하고 있는 케이스이다. 


 반면, 가열 공정에서 제품의 안전에 문제가 될 수 있는 특정 병원성 미생물을 제거하기 위하여 가열 공정품의 품온을 80℃ 이상이 되도록 항상 관리하고 있다면 HACCP의 CCP관리를 잘 하고 있는 것이다. HACCP는 모든 공정을 다 열심히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식품 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특정 공정을 선택적으로 집중 관리하는 것이다.

 

 이렇게 설명하면 “그게 그 개념 아니냐?”, “현장에서는 보면 다 똑같은 거다”라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분명히 차이가 있다. 그 차이를 두 개의 단어로 축약해서 말하면 ‘선택과 집중’이다. 


 식품안전 차원에서 위해 미생물을 제어할 수 있는 공정을 찾아내고, 그 공정을 다른 어떤 공정보다 중점적으로 집중 관리하는 것은 선행요건관리와 비교할 때 큰 차이가 있는 것이다. 즉, 선행요건은 평상시 생산 관리하듯이 관리하는 것이지만 HACCP 관리는 기존의 관리보다 더 많은 시간, 인원, 노력을 투입하여 보다 더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기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선행요건과 HACCP의 차이를 말하라면 관리의 중요성, 관리의 집중도 두 가지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상적인 측면에서 보면 모든 공정은 다 중요하다. 중요하지 않은 공정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보면 어떤 공정은 하루 한 번만 체크해도 문제가 없을 수 있다. 또는 몇 시간마다 한 번씩 점검해도 별 무리가 없는 공정이 있다.

 

 그러나 CCP 공정으로 결정된 공정은 아주 조밀한 간격으로 관리해야 한다. 통상적인 공정관리보다 더 자주 관리해야 한다. 그러므로 선행요건의 공정관리와 HACCP의 CCP관리는 ‘관리 빈도’로 구별할 수 있다. 추가해서 선행요건과 HACCP의 차이를 꼽으라면 ‘개선조치의 즉시성’이다. 개선조치를 즉각적으로 실시하느냐 아니냐가 큰 차이점이 될 수 있다.

 

 선행요건으로 관리하는 공정은 측정 온도가 정해진 기준과 틀리더라도 즉각적 개선조치를 하지 않아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경우에 따라 잘못된 것을 확인하고 30분 뒤에 개선조치해도 되고 어떤 것은 1시간 뒤에 개선조치해도 문제가 되지 않을 때가 있다.

 

 하지만 HACCP에서 CCP로 정한 공정에서는 한계기준으로 정한 온도가 잘못됐을 때 즉각적으로 개선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점이 선행요건과 차이점이다.

 

 이처럼 선행요건 차원에서의 관리냐, 아니면 HACCP 차원에서의 관리냐를 구분 짓는 것은 공정의 조건을 얼마나 자주 점검하고, 만약 공정의 조건이 이탈되면 얼마나 빨리 개선조치하느냐를 보고 결정할 수 있다. 즉, 선행요건과 HACCP을 구분하는 판단기준은 공정관리의 집중성, 이탈 시 조치의 시급성이다.

 

 굳이 선행요건과 HACCP의 차이점으로 추가할 것이 있다면 HACCP의 CCP 공정은 위해요소를 제어하는 한계기준을 반드시 충족해야만 다음 공정으로 넘어갈 수 있는 반면에 선행요건 대상 공정은 다음 공정이나 그 이후 공정에서 관리할 수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HACCP는 안전한 제품만을 소비자에게 제공한다고 자신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언급한 선행요건과 HACCP의 관리 차이를 다른 예시를 들어서 한번 더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고기를 냉장고에 보관하면서  하루에 2번씩 냉장 보관온도를 점검한다면 선행요건 관리이다. 그러나 고기에 반죽을 입혀서 기름에 튀길 때 고기의 내부 품온을 85℃ 이상으로 정하고 튀길 때마다 ‘85℃ 이상’ 여부를 온도계로 매번 측정한다면 CCP관리이다. 둘 다 정기적으로 점검한다는 점은 동일하나 점검 빈도에서 차이가 있다.

 

 또한 온도 점검결과, 선행요건인 경우는 정해진 냉장온도를 벗어나도 잘못된 부분을 바로 개선해도 되지만 조금 늦는다고 큰 문제가 발생되지 않는다. 그러나 CCP 관리를 하는 공정은 정해진 온도 기준을 이탈하면 이유 불문하고 발견 즉시 개선조치를 해야 한다. 바로 개선하지 않으면 위험한 제품이 소비자에게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선행요건이나 HACCP 모두 잘못되면 개선하는 것은 동일하나 개선의 즉시성에서 차이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 내부에서 선행요건 공정이라고 하지만 문제가 발생하면 바로 개선조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로 중요한 관리 대상이라면 HACCP으로 관리할 공정 즉, CCP 공정을 선행요건으로 관리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재검토하는 것이 올바른 접근이 된다.

 

 이렇게 반복 설명하여도 아직도 선행요건과 HACCP에 대한 관계가 이해되지 않는다면 또 다른 예를 들어 보자. 화장실에 변기가 3개가 있는 A 회사와 화장실에 변기가 1개밖에 없는 B 회사가 있고, 직원은 두 회사 동일하게 20명이 있다. 변기가 3개인 A 회사는 1개가 고장 나도 불편하긴 하겠지만 나머지 2개로 어느 정도 생활이 가능하다. 그러나 변기가 1개인 B 회사의 경우, 변기가 고장 나면 화장실 문제로 큰 혼란을 겪게 될 것이다. 따라서 변기가 1개인 B 회사는 변기의 상태를 자주 점검하고 만약 문제가 있으면 즉각 수리를 해야 한다. HACCP과 선행요건도 이와 같다. 또한 이러한 이유로 아무리 동일한 공정이라도 회사의 규모, 상황, 관리수준 등에 따라서 선행요건으로 관리할지 아니면 HACCP의 CCP로 관리할지가 결정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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