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과 달리 심심치 않게 슈퍼급 태풍이 몰아쳐서 상상밖의 피해를 입힌다. 기후변화를 피부로 직접 느낀다. 예상치 못한 홍수 같은 재난이 걱정될 수밖에 없다. 얼마 전 제주, 부산, 울산 지역에 몰아친 국지성 폭우는 몇 시간도 안돼서 도로, 건물을 침수시키고, 인근 하천이나 강을 범람 직전까지 몰고 갔다.
이제는 식품회사도 재난에 대비한 위기대응 매뉴얼을 만들어야 할 때이다. 비가 쏟아지고 몇 시간도 안돼서 작업장이 물에 잠기는 상황을 대비하지 않을 수 없다.
식품회사 위기 대응 매뉴얼은 재난 등급, 등급별 시나리오, 비상 조직, 직원 업무분장, 행동 요령 등을 일목요연하게 규정해서 재난 발생 시 즉각 대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식품안전에 가장 민감한 용수의 긴급대응 부분을 포함해야 한다.
국지성 호우 등을 미리 예견한 경우는 원재료 보호 조치, 생산 중단, 제품 이동 등을 취할 수 있다. 그리고 물과 관련해서는 저수조, 저수탱크, 배관, 수도꼭지 등을 완벽하게 차단, 밀폐시켜야 한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는 예상치 못한 경우가 더 많고, 피해도 더 크다. 그러므로 재난 후의 피해 최소화 및 대처에 대한 긴급대응 부분을 보다 구체적으로 작성해야 한다.
홍수가 발생하면 각종 오염물질로 범벅이 된 흙탕물이 공장에 밀려들어온다. 공장의 건물, 기계, 원자재 등 모든 것을 뒤덮는다. 지하에 위치한 유틸리티는 물론 지하 저수조나 물탱크는 흙탕물에 잠긴다. 흙탕물이 빠지고 나면 공장은 오만 쓰레기, 병원성 미생물 등으로 다 오염된 상태이다. 이런 경우 대부분 쓰레기를 치우고, 못쓰게 된 원자재·제품 등을 들어내고, 건물·기계 등을 세척·소독할 것이다. 하지만 이때 무엇보다 제일 먼저 할 일은 물탱크나 저수조를 다 비우고 세척·소독하는 것이다.
물 배관 전체는 재난 이후에 새로 공급되는 깨끗하고 안전한 물로 충분히 세척하고 소독한 뒤에 사용해야 한다. 만약 배관 안에 오염물질이 들어갔다면 배관을 다 분해해서라도 완벽하게 세척 소독해야 한다. 만약에 세척 완료 후에도 냄새가 나거나 색깔을 띠고 있으면 다 제거될 때까지 열 번이라도 스무 번이라도 세척·소독해야 한다.
배관의 세척·소독 조치가 끝난 뒤에는 물 배관에 연결된 모든 기계들을 세척·소독해야 한다. 기계 세척은 일차적으로 진흙과 같이 더러운 것을 완전히 제거하고, 분해할 수 있는 데까지 다 분해하여 부품 하나하나를 철저하게 솔질하고 세척·소독해야 한다.
그리고 절대로 약품으로 냄새나 색깔을 제거할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냄새가 없어지지 않으면 교체하는 것이 낫다.
이와 같이 배관, 기계 등 물 공급과 관련된 일체의 장비나 시설을 다 분해 세척하고, 완벽하게 소독해야 한다. 만약 홍수에 잠겼던 필터나 여과장치가 있다면 미련없이 다 버리고 전면 교체해야 한다. 플라스틱 호스도 마찬가지로 다 버리고 새로 사서 사용해야 한다.
물과 관련된 모든 배관 등을 세척·소독한 뒤에는 물의 안전성을 검증해야 한다. 식품을 만드는 현장에 있는 수도꼭지에서 물을 채취하여 공인 분석기관에 검사를 맡겨서 먹는 물 수질 기준에 적합한 지를 확인해야 한다. 만약 부적합하다면 물을 사용해서는 안된다. 물의 안전은 식품안전에 절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