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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똥별 반짝반짝한
옥상별빛 9화
by
하치
Aug 23. 2024
얼마 전 세계 3대 별똥별인 페르세우스 유성우 우주쇼가 한여름 밤하늘에 깨소금 뿌리듯 펼쳐졌다.
그러나 도심의 불야성이 부셔 안구렌즈에 담을 수가 없다.
나 어릴 적에는 고작 4층대의 아파트 옥상에서도 별똥별이 수 백 개 빗줄기를 그으며 떨어지는 것을 직관할 수 있었다.
유난히 별을 좋아해 친구네 아파트 옥상에 몰래 올라가 별이 빛나는 밤에 빠진 틈에 어느 아주머니가 옥상문을 잠근 줄도 몰랐었다.
뒤늦게 문이 잠겨진 것을 알아채서는 당황하기는커녕 별 수 있나, 이 참에 실컷 별을 구경해야지라는 초긍정적인 생각이 반짝
였
다.
별빛은 광년을 달려 비로소 내 망막에 도달한다.
즉 내가 지금 보는 별빛은 과거의 잔상인 것이다.
이렇듯 생생하고 명백한 현재가 지금이 아니라 과거의 오버랩이라니...
생생하지만 덧없는 순간
의
허상.
우리의 눈은 꼭 현재를 포착하지는 못하는 것이다.
나는 내가 보는 것에 확신하지 못한다.
과거를 덧씌운 관념으로 머리에 불을 켠 채 바라보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등잔 밑이 어둡듯 놓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풀벌레 소리가 찌르르쩨르르 커지고
마치 그 소리는 별빛이 지상에서 내는 소리 같아
여름의 한가운데서 별빛의 소리를 청취하는 듯하다.
별빛은 광년을 달린다.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별은 약 4.2광년 떨어져 있는 켄타우루스자리의 프록시마란 별.
그 별빛이 지구에 닿는데 꼬박 4년이 걸린다.
지금 내가 보는 저 별빛은 과거의 빛. 환상. 신기루.
그러나 나는 내가 바라보는 것에 책임을 져야 한다.
내게 일어난 듯이 보이는 일들은 내가 투사한 마음의 반영이다.
모두가 몇 광년을 달린 과거의 돌덩이, 묵직하게 가슴을 옥죄던 찌꺼기들이 내면의 대기권을 통과해 산란한 빛으로 해석한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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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의 안쪽에 자리해 고요를 글로 짓습니다. 존재의 모서리를 만지는 문장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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