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치 Aug 23. 2024

별일 없이 산다

별똥별 반짝반짝한 9화

얼마 전 세계 3대 별똥별인 페르세우스 유성우 우주쇼가 한여름 밤하늘에 깨소금 뿌리듯 펼쳐졌다.

그러나 도심의 불야성이 부셔 안구렌즈에 담을 수가 없다.

나 어릴 적에는 고작 4층대의 아파트 옥상에서도 별똥별이 수 백 개 빗줄기를 그으며 떨어지는 것을 직관할 수 있었다.

유난히 별을 좋아해 친구네 아파트 옥상에 몰래 올라가  별이 빛나는 밤에 빠진 틈에 어느 아주머니가 옥상문을 잠근 줄도 몰랐었다.

뒤늦게 문이 잠겨진 것을 알아채서는 당황하기는커녕 별 수 있나, 이 참에 실 별을 구경해야지라는 초긍정적인 생각이 반짝다.





별빛은 광년을 달려 비로소 내 망막에 도달한다.

내가 지금 보는 별빛은 과거의 잔상인 것이다.

이렇듯 생생하고 명백한 현재가 지금이 아니라 과거의 오버랩이라니...

생생하지만 덧없는 순간 허상.

우리의 눈은 꼭 현재 포착하지는 못하는 것이다.


나는 내가 보는 것에 확신하지 못한다.

과거를 덧씌운 관념으로 머리에 불을 켠 채 바라보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등잔 밑이 어둡듯 놓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풀벌레 소리가 찌르르쩨르르 커지고

마치 그 소리는 별빛이 지상에서 내는 소리 같아

여름의 한가운데서 별빛의 소리를 청취하는 듯하다.

별빛은 광년을 달린다.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별은 약 4.2광년 떨어져 있는 켄타우루스자리의 프록시마란 별.

그 별빛이 지구에 닿는데 꼬박 4년이 걸린다.

지금 내가 보는 저 별빛은 과거의 빛.  환상. 신기루.


그러나 나는 내가 바라보는 것에 책임을 져야 한다.

내게 일어난 듯이 보이는 일들은 내가 투사한 마음의 반영이다.

모두가 몇 광년을 달린 과거의 돌덩이, 묵직하게 가슴을 옥죄던 찌꺼기들이  내면의 대기권을 통과해 산란한 빛으로 해석한 것이기에.




작가의 이전글 별일 없이 산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