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에 관하여>를 읽고
에르디 용산점의 프라이빗룸.
사진에서 봤을 땐 큰 정원이 있는 카페 같아 당연히 프라이빗룸도 6-8인석이면 의자 한두 개 더 달라고 하면 될 만한 공간이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아니 아뿔싸! 벤치가 나란히 놓인 골방 프라이빗룸이라니... 폐소공포증이 있는 해리언니는 끝내 들어가지 않으려 했던 좁디좁은 공간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뉴욕의 목수 마크 엘리슨이 쓴 <완벽에 관하여>를 읽고 각자의 일에 대한 경험과 생각을 나눠 봤다.
참고로 발제자인 영은 롱블랙에서 이 책을 소개받아 발제책으로 선정했더랬다. 롱블랙 신뢰도 다소 하락함.
Q. 책은 좋았나? 싫었나?
옥. <완벽에 관하여>라는 제목에 맞는 내용을 기대하고 읽었는데 그렇지 않았다. 원제인 <A Carpenter's Notes on Life, New York, and the Art of Good Work>, 북스톤 편집자가 부제로 붙여 놓은 '훌륭한 것을 만들어내는 일에 대한 뉴욕 목수의 이야기'를 제목으로 올렸으면 더 좋았겠다.
(여기에 영은 반대 의견, 진과 은은 동의의 의견을 덧붙였다.)
정. 몽골 여행에 들어갔다가 '김경영 욕을 함'
진. 꼰대아저씨 같았지만, 회사 생활하면서 겪는 에피소드들도 있어 좋았다. 하지만 이 책이 재미있는 건지 아닌 건지는 갸우뚱.
은. 뉴욕 목수 이야기라고 했으면 궁금했을 것 같은데, 제목이 걸림돌이었다.
현. 작년 말에 자료 조사차 읽은 책인데, 밑줄 그은 부분이 하나도 없는 걸 보면 인상적이진 않았던 듯.
완벽을 추구하는 사람의 마음이 궁금했는데,
꼰대 목수 아저씨의 이야기가 오락가락해서 읽기 힘들었다.
내 일과 겹치는 부분도 있고, 일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가 됐다.
우. 우리가 다 아는 이야기라 별로 새로운 건 없었다.
영. 초반에 에세이스트가 비호감으로 자리잡아 읽을 의욕을 잃음.
핵심을 벗어나는 궁금하지 않은 이야기들도 정말 읽기 싫었다.
Q. 내 일의 좋아하는 부분과 고통스러운 부분은?
영. 대충 번역하는 초벌 번역 때는 스트레스 없이 새로운 이야기를 알게 되어 즐겁고,
그 번역을 다시 다듬을 때 고통스럽다.
옥: 새로워서 좋고 동시에 힘들다.
정. 내 일의 거의 모든 부분이 좋다(잘 써질 때 한정) 가장 힘든 부분은 사람들의 평가를 받을 때.
은. 백지 상태에서 새로운 글을 쓰는 건 좋은데, 남(클라이언트)이 쓴 글을 고치는 게 너무 어렵다.
(선은 반대로 쓴 걸 고치는 건 쉬운데 백지 상태에서 쓰는 게 어렵다고)
우: 다 같이 나서서 일하는 게 좋고, 점심 시간이 없는 건 힘들다.
진: 일을 시작할 때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나눌 때 즐겁다. 납득이 안 가는 일을 해야 하는 건 고통스럽다.
승: 내가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이유와 마찬가지로 브랜딩을 할 때 흩어져 있던 단서들에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즐겁다. 물론 그걸 디벨롭해 가는 과정은 힘들다.
선. 비누를 제작하는 과정은 즐겁지만,
제작 이외의 제반사항을 챙기는 건 힘들다.
Q. 일을 하면서 완벽하다고 느끼는 순간은?
정. 마감과 비례한다. 나는 완벽주의자가 아니다.
영. 문장이 술술 읽힐 때. 이 정도면 편집자한테 욕 먹지는 않겠다 싶을 때. 나도 완벽주의자가 아니다.
승. 일정은 당연히 맞추고 결과물이 내 마음에 들 때.
옥. 영화는 매번 완벽하다 느낀 적은 없다.
진. 과정에 대한 만족도가 높고 결과물이 최선이라 느낄 때.
우. 이 정도면 됐다고 느낄 때.
Q. 실수의 경험과 실수에 대처하는 나의 자세는?
영. 바로잡는다. 사과하고 얼른 수습한다.
옥. 챙겨야 할 걸 빠뜨리는 실수를 많이 해서 꼭 그걸 잘 챙기는 사람에게 맡긴다.
진. 오탈자가 제일 큰 실수인데, 실수했다고 해서 너무 호들갑을 떨지 않으려 한다.
현. 신문 광고에서 전화번호 오타가 났는데 광고비를 물어줬다. 인정하고 수습했다.
선: 달력 제작할 때 그림의 작품명과 출처를 잘못 전달받아 실수를 한 후 그냥 내가 맡아서 챙겼다.
Q. 좋아하는/좋았던 의뢰인은?
정. 마감할 때까지 일체 간섭하지 않는 의뢰인. 드라마 취향이 비슷한 사람.
영. 귀찮게 하지 않으면서 내 문자을 아름답게 바꿔놓는 편집자.
은. 내 노력을 알아주는 의뢰인.
선. 예의 있고 친절한 의뢰인.
승. 구체적인 피드백을 주는 의뢰인.
진. 자기 주도적으로 일하는 의뢰인.
Q. 그냥 잘하는 사람 VS 탁월한 사람을 가르는 기준은?
(한 단어로 요청했으나 단어를 앞다투어 양도한 사람이 몇 있어 한 단어 규칙을 깨짐.)
불안(옥), 집요함(영), 시도(선), 내 PR 잘하는 것(승), 나이에 맞춰 대하는 것(우), 인지도(은)
발제자가 책을 완독하지 못하고 올 정도로 얼른 다른 책으로 바꾸지 못한 걸 후회한 책이었지만,
별로인 책으로도 좋은 토론을 할 수 있었던 건 섬북동의 힘이자 매력이자 존재 이유.
완벽이라는 게 객관적일 수 없는 수준이자 개념이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 곧 완벽이리라.
시간: 2025년 11월 15일(토) 오전 11시
장소: 에르디 용산점
참석 인원: 영, 우, 옥, 선, 승, 정, 은, 현, 진(9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