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네이션> 독서토론 후기
최근 한 연예인이 필로폰을 투약하고 소지한 혐의로 체포됐다. 그는 무려 1000회분의 필로폰을 소지하고 있었다고 한다. 드라마 <법대로 사랑하라>에서는 우연히 뒷산에서 자라던 대마초를 발견하고 몸의 통증을 이기려 가루를 내어 떡을 만들어 먹다가 절친과 사이가 틀어지는 할머니 이야기가 나온다.
마약처럼 불법적이고 강력한 중독은 아니더라도 우리는 모두 너무 어딘가에 중독되어 살아간다. 음식, 도박, 쇼핑, 게임, 인스타그램, 넷플릭스, 운동, 일, 책, 주식.... 그리고 그 중독성은 무언가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감, 초조함, 무기력함에서 나오며 주로 혼자 방 안에 있을 때 이루어진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책의 저자 애나 렘키는 자신도 자녀 양육을 잘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로맨스 소설에 중독되었다고 고백한다. 우리 속의 어떤 두려움이, 또 현대의 지나친 편리가 우리를 어떤 중독에 빠지게 하는지 이야기해봤다.
1. 책에서 신선한/놀라운 충격을 받은 부분
은은 위 절제술은 들어봤지만 위 우회술이라는 게 있는지 처음 알았다고 한다. 막 50킬로그램씩 체중이 줄어드는 게 놀라웠다고 한다. 또 만족을 지연하면 더 큰 보상을 얻게 된다는 마시멜로 실험도 흥미로웠다고 했다. 영은 책 초반에 등장해 책 곳곳에 계속 나오는 자위 중독자 제이콥의 사례가 너무 충격적이었고, 또 나의 의지로 선택하며 살고 있다고 믿었는데 사실은 호르몬이 우리를 지배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다소 짜증이 났다고 했다. (다들 전기 자극기를 직접 만드는 제이콥이 되게 일도 잘할 것 같지 않냐고 했고, 광은 도대체 그 기계를 어떻게 만드는지 모르겠다며 몇 번이고 궁금해했다. 제이콥, 이 글 보고 있으면 연락 좀 줘요. Jacob, we are waiting for you to call.) 진은 보상 자체보다는 보상을 얻으려고 노력하는 과정 자체에서 쾌락을 얻는다는 말에 너무 공감한다며 자신도 티케팅을 할 때 자주 경험한다고 말했다. 옥은 요즘 금쪽상담소를 보면서 true self와 false self 간 불일치에 대해 자주 고민하고 있어 책이 아주 재미있었다고 했다. 특히 찬물 목욕에 중독된 마이클(얼음물 아저씨)의 사례를 흥미로워했다. 예 역시 제이콥의 사례가 기억에 남으며, 매일같이 한의원에 가서 물리치료, 부황, 안마 등에 빠져 사는 어르신들이 생각난다고 했다. 할머니들이 수영장에서 트랙을 엄청나게 도시는 것도 일종의 고통 중독 아니겠냐는 말에 수영장을 다닌 적이 있는 정은 그건 그냥 할머니들이 잘해서 힘들지 않아서라고 반박했다.
2. 자신의 중독 경험 고백
원래는 익명으로 처리하려 했으나 모두 현대인의 흔하디 흔한 중독만을 고백했기에 그대로 이름을 넣어 적는다. 정은 한때 고스톱에 빠져 매일같이 쳤지만 지금은 같이 칠 사람이 옆에 없어 자연스럽게 끊게 됐다고 한다. 은은 6개월가량 인형뽑기에 중독되어 언젠가는 엄마에게 주려고 뽑아놓은 돈 중 5만원을 탕진하며 인형을 뽑았던 경험을 고백했다. 모두 짠순이로 유명한 은이 인형 뽑기에 그토록 많은 돈을 썼다는 사실에 놀라워했다. 요즘도 한번씩 오락실에 가면 인형 뽑기를 제외한 다른 게임을 하지만 한번씩 인형 뽑기 기계에 눈길이 간다고 한다. (포는 은의 발언에 계속 책을 내자며 지속적인 러브콜을 보냈다) 영은 불안할 때 강박적으로 유튜브와 넷플릭스를 본다고 했고, 광은 할 일을 앞에 두고 넷플릭스 초기 화면만 계속 열어둔다고 했다. 또 야구 중계에 빠진 적이 있다는 경험도 덧붙였다. 포는 스스로는 팟캐스트를 습관적으로 듣는다고 했지만, 최측근이 코웃음을 치며 주식 중독이라고 대신 고백했다. 옥은 익스트림 스포츠를 좋아하고 금전적으로 더 여유가 있었더라면 충분히 중독되었을 것이라고 했고, 역시 주변인이 알코올중독이라고(ㅋㅋ) 입모아 말했다. 자신은 딱히 중독된 게 없다는 예의 말에 모두 일 중독이라고 정정해줬다. 예는 잠시 생각하더니 그런 것 같다고 동의했다.
3. 자신의 가장 큰 두려움(그래서 어딘가로 도피하게 만드는 것)
포는 자신이 운동에 강박적으로 매달리게 된 이유는 일어설 수 없을 정도로 아팠던 허리 통증 때문이었다고 했다. 영은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나쁜 평가를 받거나 거절당하는 두려움이 너무 크다고 했다. 은은 무기력증 때문에 습관적으로 모바일 게임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진은 공허함 때문에 무언가를 보고 듣고 어떤 생각에 너무 깊이 몰두하게 된다고 했다. 정은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돈이 가장 큰 두려움이었다고 말했다. 옥 역시 누군가에게 평가받는 시간이 오면 불안감 때문에 습관적으로 술을 마셨다고 고백하며, 하지만 섬북동 활동을 시작하면서 많이 나아졌다고 밝혀 모두의 손을 내밀게 했다(다만 얼마라도 성의를 보이라며!). 힘든 순간을 술에 기대어 이겨내려 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연락 주십시오. 섬북동이 깨끗하게 치료해 드립니다. 예는 노후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아침 8시부터 저녁 11시까지 일을 하게 됐다고 했다.
4. 마이클(얼음물 아저씨)의 찬물 목욕처럼 적절한 고통으로 쾌락을 얻은 경험
은은 겨울에 입술이 터서 입술을 뜯을 때 은근한 쾌락을 느끼며 입 가장자리가 터졌을 때 일부러 입을 더 크게 벌린다고 했다. 진도 매운 음식을 먹으면서 스트레스를 풀고 쾌락을 느낀다고 했다. 영은 근력 운동을 하고 난 후 뒷다리와 팔에 통증을 느낄 때 기분이 좋다고 했고, 정 역시 수영을 힘들게 마치고 샤워할 때 쾌감이 상당하다고 했다. 모두 얼음물 아저씨 마이클은 그러다가 언젠가 심장마비로 죽을 거라는 데 동의했다. (마이클 아저씨, 적당히 좀 해요. Michael, take it easy!)
5. 마지막으로 우리는 '한달간 00 끊기/유지 챌린지'를 하기로 했다. 소심한 걸음이지만 도파민에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모두의 챌린지 성공을 기원하며, 여기에 각자의 챌린지 제목을 공개한다.
영: 혼밀가루(혼자 있을 때 밀가루) 끊기
은: 주중 배민 주문 금지
정: 주 4회 요가하기
진: 식사용 외 밀가루 음식 끊기
옥: 점심 시간 이후 커피 금지
포: 빈 속에 커피 금지
예: 매일 물 마시기
광: 상품 리뷰 끊기 (주1일 허용)
(상하이) 영: 매일 플랭크 20초
우: (개인적인 문제라 밝힐 수는 없지만) 한달 챌린지 동참!
심리적 여유는 물질세계 너머의 원천에서 비롯된다. 우리 바깥의 무언가를 믿거나 그것을 위해 매진하는 자세 그리고 인간적인 유대감과 의미로 가득한 삶을 만들려는 노력은 비록 가난에 처해 있더라도 우리에게 여유 있는 마음가짐을 갖게 한다. (<도파민네이션> 237p)
토론일: 2022년 10월 1일
토론 장소: 삼각지역 카페 모센트
토론 참가자: 영, 정, 포, 은, 옥, 광, 예,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