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뒷 Book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요 Sep 22. 2022

폐쇄 집단이 너무 큰 권력을 가질 때

<계속 가보겠습니다>를 읽고 

임은정 검사가 쓴 <계속 가보겠습니다>를 방학 끝나고 첫 책으로 정하고, 모임 장소를 공덕의 한 카페로 정했을 때 "공덕? 왠 공덕?"이라고 했더니 옆에 서부지원과 서부지검이 있다는 발제자의 답변이 있었다. 센스쟁이! 

검찰총장이 대통령이 된 나라에서 이런 이야기 해도 되냐는 멤버들의 자체검열을 피하기 위해 이번 기록은 A, B, C, D 등의 알파벳으로 발화자를 특정할 수 없게 적어본다. (사실 이렇게 해야 할 정도로 높은 수위의 이야기가 나오지도 않았지만...^^;;)

지나가다 본 서부지법 간판

Q 책을 읽은 소감 

이 책에 대한 모든 사람들의 공통되는 소감은 '편집자가 왜 이렇게 책을 냈을까?' 였다. 검찰게시판의 글과 경향신문 칼럼을 갈무리하고 거기에 대한 설명을 다는 식으로 구성된 이 책은 1장에 했던 얘기 2장에 반복하고, 전에 했던 이야기 현재에 다시하는 식으로 반복의 반복이었다. 이걸 왜 쳐내지 못하고 이대로 냈을까? 이에 대해 많은 멤버들이 아마 임은정의 글을 건드리기에는 편집자의 부담이 크지 않았을까 추측했다. 바로 그런 이유로 나는 재미있게 읽었지만 차마 추천은 못하겠다는 의견, 새로 쓴 느낌이 아니라서 아쉬웠다는 의견, 그래도 검사 치고는 일반 독자를 고려하는 노력을 했다는 의견 등이 나왔다.

그 다음으로 많이 나온 건 검사라는 자부심이 대단하다는 걸 느꼈다는 의견이었다. 저자가 검찰조직과 선배 검사들이 바뀌어야 한다고 비판하지만, 저자 자신도 검사들의 틀 안에서 움직인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를 우리는 영웅주의라고 불렀는데, 저자가 중국의 고문헌이나 삼국지 등의 영웅에 빗대어 자신의 처지를 대변했기 때문이다. A는 바로 그런 검사라는 자부심이 있기 때문에 재심 무죄구형과 게시판의 글을 쓰는 일 등을 할 수 있었을 거라고 했다. B는 대한민국 검사들의 동력이 바로 이 자부심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이 외에 법정드라마를 좋아하는 C는 법정 드라마같은 책이 아닐까 기대했다가 구체적인 에피소드 없이 의견만 나와서 흥미가 떨어졌다고 했고, 그래도 부분부분 사소한 빛나는 장면이 있었다고 했다. A는 이 책을 읽고 나니 왜 1심이 중요하다고 하는지 알게 되었다고 했고, D는 백지구형과 무죄구형의 차이를 처음 알게 되었다고 했다. E는 촌철살인의 한 마디, '남의 직장 이야기를 이렇게까지 알아야 하나?'라는 한줄평을 남겼다. 


Q 검찰에 대한 생각

우리는 대체로 검찰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으나 군대와 비슷하다는 의견에는 동의했다. 우리나라는 군사독재에서 검찰독재로 바뀐 것 같다는 의견이 있었다.

누군가는 모든 조직이 비슷하지 않냐며, 대기업 다니는 사람들도 자기가 제일 잘난 줄 알고 자부심이 강다는 측면에서 검찰과 비슷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일반 중소기업은 아니고 '내가 누군데'하는 조직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다는 의견이 더해졌고, 공무원과 일하고 있는 누군가는 주무관들은 또라이다, 엮이고 싶지 않다며 열폭했다.


Q 검경수사권 조정에 대한 생각

검찰에 대한 생각도 없는데 검경수사권 조정에 대한 생각이 있을리가. 그리하여 발제자가 이에 대해 알아와서 이야기해줬다. 많은 진통이 있었으나 현재 검찰은 6대 범죄 중에 2대 범죄(경제, 부정부패)에 대한 수사권만 가지고 나머지는 경찰에 넘기기로 했으며, 검찰수사관들이 일할 수 있는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자는 의견으로 갑론을박하고 있다고. 기소권은 여전히 검찰이 가지고 있다고. 

검사는 전국에 2천여 명 정도가 있고, 7급인 검찰수사관은 6천명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어느 곳이든 법원보다는 검찰청 건물이 항상 조금 크다고 한다. 이 역시 권력의 크기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기소권에 대해서는 우리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수사 실컷해서 넘겨도 기소 안하면 끝인데, 기소권을 넘겨주지 않는 것은 결국 권력을 쥐고 있겠다는 이야기라는 D, 다른 나라도 기소권은 검찰이 가지고 있다는 E 등등.  F가 기소권이란 범죄자를 범죄자로 만들지 않을 수 있는 권한이기에 힘이 쎄다며, 그렇기에 검찰이 독점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폐쇄적인 집단이 너무 큰 권력을 가지면 안된다는 그의 의견에 많은 사람들이 동의했다. 

Q 사내정치에 대처하는 법

우리 멤버 중에 전세금 반환 때문에 서부지검에 다녀온 사람도 있긴 하지만, 대체로 검찰과는 친하지 않다. 이 책은 넓게 보면 검찰이라는 직장의 사내 정치 이야기다. 그래서 우리도 우리가 다니는 직장의 사내정치 이야기를 해보았다.

C - 몇 군데의 직장을 다녔지만 사내정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몰랐을 뿐 어느 직장이나 사내 정치는 있었다. 지금 직장에서도 그룹장님이 힘이 없어 밑에 있던 직원들을 다른 부서로 보내게 되었다. 나는 그게 사내정치라는 생각은 못하고 그냥 직원들이 다른 부서 가고 싶어서 옮긴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그룹장님이 회식 자리에서 술을 마시고 "내가 힘이 없어 그랬다"고 이야기를 하셔서 알았다. 나는 여전히 그 그룹장 밑에서 일하고 있다. 일에만 전념하도록 편하게 막아주시기 때문이다. 또 권력을 쥐고 직원들을 다 데려간 부서장은 최근 독립을 했다. 그 일을 그 팀 밖에 못하기 때문에 일을 독점하고 계신다.

B - 첫 직장을 때려치운 게 사내 정치 때문이었다. 이 조직에서도 사표를 쓰려고 했는데 남편이 말려서 나만 남아 있는 상황이다. 대기업은 인사를 통해서 사내정치가 보인다. 누구는 승진하고, 누구는 승진 탈락하는 게 다 사내정치의 결과다. 작은 조직은 그런 게 없는 대신, 경쟁자가 생기면 정치가 시작되는 것 같다. 내가 이토록 오래 이 직장에서 일하고 있는 것도 내 일을 혼자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관두면 그만이지'하는 태도로 일하는 편인데, 그런 태도가 아닌 사람과 엮이면 굉장히 피곤해진다.

A - 나는 항상 중립을 지키는데, 이것도 정치적인 태도라고 생각한다. 광고대행사 1년차 쯤 여자팀장과 남자팀장이 싸웠다. 다들 줄을 섰는데 나는 그러지 않으니까 대표가 불러서 "너는 저 팀장이 좋지?" 하는 식으로 떠봤다. 그때도 나는 이 사람은 이래서 좋고 저 사람은 저래서 좋다는 식으로 대답했다. 이거 자체가 내가 살아남기 위한 정치가 아닌가 생각한다. 돌이켜보면 초등학교 다닐 때 인기투표하자고 해놓고 모든 아이들에게 귓속말로 "00를 싫어하는 애에 뽑아."하며 다니던 애가 있었는데, 나는 그렇게 안뽑았지만 결국 그 애의 의도대로 00가 싫어하는 애 1등이 되고 왕따가 되었던 기억이 있다.

D - 그런 귓속말 하는 애 한테 "야 왜 귓속말해? 그냥 말해."하는 사람이 나였다. 이 책 읽으며 임은정이 게시판에 글 쓰고 들이받고 하는 게 나와 무척 닮았다는 생각을 자주했다. 회사는 물론이고 교회나 동호회 같은데서도 라인 만들려는 사람들 싫어하고, 대놓고 저격하고, 때로는 글을 써서 필화사건도 많이 겪었다. 친했던 사람이라도 이상한 짓하거나 틀렸다고 생각되면 등을 돌렸다. 내 인생은 고발하고 쫓겨나고 그걸 수습하며 살았던 것 같다.

E - 두 팀 사이의 중재자나 메신저 역할을 자주 했다.

G - 나도 갈등을 싫어해서 라인 타는 짓은 잘 안하는데, 돌이켜 보면 두 사람이 다 날 잡도록 행동했던 것 같다.  


<계속 가보겠습니다>의 마인드맵 


2022년 9월 17일

<계속 가보겠습니다> (임은정 | 메디치)

총 7명 참석


매거진의 이전글 일을 할 때 명상이 필요한 순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