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날의 너에게
오늘 너와 함께 북한산 인근으로 데이트를 하러 왔어.
이제 완연한 가을인 건지, 노랗고 빨갛게 물든 주변을 돌아보니 우리가 함께한 시간들이 여실히 느껴지더라.
너는 그동안 나와 만나서 행복했을까?
나는 너를 만나는 사계절 동안이 너무 행복했는데 말이야.
너는 어떻니?
카페에 온 우리는 테라스에 자리를 잡고 가을바람, 가을 냄새를 느끼며 여유를 즐겼어.
같이 있으면 무슨 이야기를 하든 너무 즐거워.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줄줄이 이야기해온 우리지만 늘 새로운 일이 있는 것처럼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하하호호 웃는 우리의 모습은 누가 봐도 천생연분이라고 느껴질 거야.
우리는 누가 봐도 예쁜 연인이겠지?
너와의 시간이 즐거워서인지 어느새 금방 해가 지고 우리는 카페를 나섰어.
내가 좋아해서 종종 찾는 메뉴인 곱창을 오늘 저녁 메뉴로 네가 골랐지.
매번 곱창집을 갈 때마다 실패해서인지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곱창을 잘 안 먹게 됐었는데, 이번에는 부디 맛있길 기대하며 우린 찾아갔어.
오픈 전부터 길게 늘어서 있는 줄을 보면서 나는 조금 의심을 했던 건 사실이야.
맛집이라고 소문난 곳들이 우리에게 빈번하게 실망감을 안겨줬으니까.
그런데 이게 어쩐 일인지 우리는 진짜 만족스럽게 저녁을 먹었지.
저녁을 먹고 나서도 기억에 남는 맛이었어.
너와 헤어지기 아쉬워서 해가 저물어도 함께 걷고 걷다가 발견한 사진 부스로 들어갔어.
너와 함께하는 이 순간들을 간직하고 싶어서 사진도 찍고, 같이 웃는 시간들이 너무나 소중해.
그만큼 애틋하기도 하고, 네가 늘 그리워.
이렇게 너와 떨어져 있는 지금 이 순간도 네가 그리워.
언제나 변함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