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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치 Nov 07. 2020

20.11.07의 너에게

겨울날의 너에게

원래는 서울로 올라가려던 내게 대전으로 내려온다는 고집쟁이.

우리는 서대전역에서 만났어.

그것도 굉장히 일찍 말이야.

11시에 도착한다는 너의 말에 나도 아침부터 분주히 준비해서 늦지 않게 너를 맞이하러 갔지.

먼 길을 내려온 너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느꼈어.

그리고 한 가득 무겁게 내 선물을 챙겨 온 너를 보면서 나는 사랑받고 있음을 느꼈지.

선물때문이라기보다는 늘 나를 생각하고 있구나 하는 마음에 말이야.

네가 내게 준 선물은 내 마음에 쏙 들었어.

나도 네게 선물을 해주고 싶어.

딱 기다려!

어느새 겨울이 다가오려나봐.

함께 둘러보러 온 백화점에는 다가올 크리스마스를 위한 물건들이 진열대를 채우고 있더라.

우리도 모르게 겨울이 오고 있었나 봐.

우리가 맞이할 두 번째 겨울이 어떨지 벌써부터 기대돼.

천천히 둘러보면서 같이 예쁜 물건들을 보여주고, 우리의 취향을 저격한 물건들을 자세히 보기도 했어.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우리의 취향은 참 잘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

귀여운 모자. 사주고 싶었지만, 안쓰겠지?

너와 함께 백화점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시간은 내게 참 즐거운 시간이야.

너와 함께면 그냥 막 즐거워.

한껏 너의 귀여운 모습을 담다가, 종종 미래를 생각하게 돼.

너와의 미래는 그 어떤 것보다 값지고 빛날 거야.

너와 얼른 함께하고 싶다.


오늘 카페에서 이야기하면서 내가 나를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너뿐이겠구나 싶었어.

심지어 부모님께도 못하는 이야기들을 너에게 하나 둘 꺼내놓는 내가 참 신기하더라.

내가 스트레스받는 부분들 그리고 내 생활들을 솔직하게 이야기했지.

그리고 그런 이야기들을 차분히 들으면서 받아주는

네가 좋았어.

너는 내게 참 고마운 사람이야.
돈 주고 처음 먹어본 닭 볶음탕. 한영식당.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저녁 시간이 다 됐어.

네가 온다고 추천받은 맛집인 한영 식당에 갔지.

참 잘 먹는 모습을 보면서 어찌나 사랑스럽고 뿌듯한지 몰라.

나는 닭볶음탕을 처음 돈 주고 사 먹어봤어.

생각보다 맛있었지.

네가 한 꽃무늬 앞치마도 너무 귀엽고 말이야.

하지만 먹는 내내 돌아갈 너를 생각하니 마음 한편이 먹먹하더라.

내가 돌아가야 하는 입장이었을 때는 아무렇지 않았듯이, 너도 돌아가야 하는 입장이 되니 아무렇지 않더라.

역시 보내는 사람이 제일 힘든 건가 봐.

기차에 타고나서 나를 생각해서 가라는 너의 성화를 못 이기고 돌아섰지만 얼마나 후회했는지 몰라.

그 몇 분, 더 기다렸다가 가는 모습을 볼걸 하고 말이야.


나는 참 바보인 것 같아.

역시 내가 서울을 올라가야겠어.

나는 이제 너한테 완전히 길들여졌어.

너의 말, 너의 생각에 푹 빠졌지.

그만큼 너의 말을 거역할 수 없다는 건 장점이자 단점인 것 같기도 하지만 말이야.


얼른 함께하자.
우리가 서로를 보내지 않아도 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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