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무게

한 걸음만큼의

by 하치

집에 가다 보면 육교가 딱 하나 있는데 굳이 가지 않아도 될 곳을 가끔 건너곤 한다.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내 발에 실리는 무게감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어서, 아슬아슬하고 위태로운 혹시나 모를 그런 위기감 속을 걷는 느낌이랄까?


나쁜 일은 언제나 그렇듯 예상치 못하게 터져버린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함이었을까? 4월 말쯤 한참 바쁜 시기에 안 좋은 일이 닥쳐왔다. 그리고 그대로 무너져 내렸고 나라는 사람의 존재 가치를 잃어버렸다. 내가 이루려 노력했던 일들을 놓쳐버렸고, 아니 정확히는 나 스스로 놓아버렸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무의미하게 흘려버리면서 공허를 받아들였다. 주저앉은 채로 멍하니 울기만을 수십일을 하다 보니 주변의 걱정 어린 말들과 건네는 손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의외의 인물에게 많은 위로와 격려를 받았다.

참 고마운 일이었다.

다시 일어선 나의 발걸음은 무척이나 가벼워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이 위태로웠다. 하지만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수록 발에는 잃어버렸던 나의 무게가 다시금 쌓여가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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