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공간 만들기

나이 든 건가?

by 하치

요즘 들어 카페에 부쩍 자주 가게 되었다. 어릴 때는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고 오래도록 앉아있는 것을 굉장히 어려워했던 것 같다. 남자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구나 싶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카페를 찾게 되고,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오래도록 내 할 일을 하거나 평화롭게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때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

나이가 들어가는 건가?

사실 25의 나이로 나이 들었다고 하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볼 것이다. 나 스스로도 내가 나이 들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카페를 자주 가는 것도 어떻게 보면 그냥 흘려버릴 수 있는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런 느낌, 이런 생각을 갖게 된 것은 내가 '혼자' 카페를 찾는다는 것 때문이다. 혼자의 시간을 자꾸만 찾게 되고, 혼자를 불편해하지 않는 나 자신을 발견하니 나이가 들었구나 싶었다. 자꾸만 나만의 공간을 가지고 싶어 하고, 혼자만 아는 비밀스러운 공간을 가지고 싶어 했다.

어릴 때는 아지트를 가지고 싶어 했고, 그 아지트에는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나름의 비밀스러운 무언가를 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꽤나 귀여운 것이었다. 시간이 점차 지나자 그런 아지트의 필요성을 못 느끼게 되었고, 조금 더 시간이 지나자 함께 하는 아지트가 아니라 나 혼자만의 아지트가 필요하게 되었다. 조금은 지친 것 같다. 함께 하는 일들이 나를 힘들게 했다.

나만의 공간이 필요해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가까운 카페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내가 원하는 조건은 간단했다.

커피가 마음에 들 것

집과 가까울 것

음악이 마음에 들 것

이 정도랄까? 하지만 생각보다 조건을 만족하는 장소를 찾기란 어려웠다. 하지만 여러 곳을 들른 후에 나만의 장소, 나만의 카페를 발견했다. 언제고 가서 앉아 쉴 수 있는 그런 장소. 내 지인들은 모르고 나만 아는 공간, 나를 아는 사람이 없는 곳. 그곳에 가면 나는 철저하게 고립된다. 스스로 사람들로부터 '격리조치'를 시키는 것이다. 사람은 많지만 내가 모르는 사람들이고, 그 아무도 나에게 관심을 두지 않도록 구석에 조용히 앉아 커피를 마시며 혼자를 즐기는 순간. 완벽한 순간이다.


이렇듯 혼자만의 시간을 자꾸 찾게 되는 나를 보면 어느새 나이가 들었고 조금은 삶에 지쳐있구나를 느낀다. 그리고 나는 그 지침을 덜어내기 위해 나 홀로 있을 수 있는 장소를 만들게 되고, 그 장소를 사랑하게 된다.

홀로 된다는 것,

그것이 나만의 장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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