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혼자 훌쩍 떠난 일본여행
*맨 아래에 BGM 영상이 있습니다. 들으면서 읽어주세요!
비행기 티켓과 숙소 예약
이 두 개만이 혼자 일본 여행을 떠나면서 계획한 것이었다.
몸도 마음도 지쳤던 나는 여태까지의 친구들과 다녔던 다른 여행처럼
들뜬 마음으로 여행을 계획하거나 할 여유가 없었다.
출발 전날까지 준비해야 할 큰 발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대학생 시절 처음으로 큰 발표무대를 준비해서 나갔고, 좋지 않았던 결과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스스로의 역량에 대한 부족함을 뼈저리게 느낀 점이나
같이 준비한 다른 팀이 받은 좋은 결과에 대한 약간의 질투심이나
여러모로 복잡한 기분에 몸도 마음도 너덜너덜했다.
이런 결과를 예상했던건지 슬퍼할 틈도 없이 나는 다음날 이른 아침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회색 도시의 나라
일본 후쿠오카 공항에 발을 딛자마자 생각한 일본의 느낌이 이렇다.
비행기로 겨우 1-2시간만 타면 도착하는 바로 옆 나라인데도
마치 눈에 살짝 회색빛 필터를 씌운 것처럼 특유의 톤 다운된 느낌과 특유의 향이 낯설게 다가왔다.
친구들과 함께했던 일본여행은 온 것만으로 신나서 이렇게까지 와닿진 않았었다.
이때부터였을까. 비행기에서도 실감이 안나던 홀로여행이 공항에 발을 닿고나서부터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첫 날은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한 탓에 여러모로 허둥대기만 했던 날이다.
하나 다행이었던 건 그나마 일본어가 조금 가능했던 덕에 필요할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었던 것.
하지만 그마저도 일본 사람과 제대로 대화해 본 적이 거의 없었기에 또 하나의 도전이었다.
와이파이마저도 없어서 공항 입국 심사대에서 공항직원의 도움을 받아 숙소 주소, 연락처를 찾거나..
첫 번째 숙소 가는 교통경로도 헷갈려서 중간 휴게소 같은 곳의 직원을 통해 택시를 타거나...
처음에는 당혹스러움에 가득찼던 나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의 연속이다보니 헛웃음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런 돌발적인 일들이 재밌게 느껴지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리고 이런 예상도 못했던 일들이 어떻게든 해결되는 걸 보고
마음 가볍게 먹고 그냥 될대로 돼라~며 그냥 그 해프닝 자체를 즐겼다.
그 때부터 그냥 이 여행을 그렇게 정했다.
계획을 하지 않고 발길 닿는대로, 지금 이 순간 내가 가보고 싶은 곳으로 가는 여행
어디든 눈 앞에 보이는 즐거운 요소들에 집중하며 여행을 즐겼다.
이 여행을 누군가와 함께 했다면 물론 의지가 되었겠지만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매력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을까?
글쎄... 일단 지금까지의 여행경험으로봤을 때 이미 누군가와 함께한다는 것 자체가
그 사람과의 추억을 만드는 것이기에 온전히 그 여행지를 느끼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던 것 같다.
길 잃어도 괜찮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아.
계획대로 하지 않아도 괜찮아.
계획이 없어도 괜찮아.
여유있게, 어디든, 가고싶은대로 가보자!
어떻게든 될거고 어떻게든 할 수 있을거야
이 말이 내가 기억하는 첫 혼자 여행에 대한 이미지이다.
이게 혼자 여행을 가는 것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
길을 잃어도 경찰아저씨에게 물어보면 친절하게 데려다주고,
지나가던 거리에서 맛있어보이는 음식을 사먹으니 주인 아주머니와 즐거운 사담을 하게 되고,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사람들과 계획에 없던 새로운 여행을 하게 되고.
현실에서는 항상 힘에 부치고 고민도 스트레스도 많았던 때였기에
혼자는 아무것도 아닌 줄로만 알았던 내가
조금만 여유를 가지고 주변을 둘러보며 생각해보면
뭐든 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려주었고
이것 하나로 위로와 힘을 주었던 그런 여행이었다.
아마, 그 당시에 새로운 도전들을 하면서 겪은 성장통과 스스로에 대한 불확실함,
미래에 대한 불안함 같은 고민들이 많았던 시기에 훌쩍 떠났던 여행이었기에
더욱 크게 위로가 되어 다가온 여행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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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춘기에게>_볼빨간사춘기
오춘기를 겪으며 힘들 때 나에게 힘이 되어준 노래.
함께 들으며 글을 읽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