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ada Apr 21. 2021

탄수화물 중독이 건강 도시락을 싸기까지


[BGM 호란-참치마요]

단짠의 정석, 참치마요! 글을 쓰면서 대학시절 많이 먹던 참치마요삼각김밥 생각이 많이 났다.





급식을 통해 나는 편식을 배웠다.


학창시절의 내게 점심시간은 언제나 그 날의 맛있는 메뉴를 먹기 위한 시간이었다. 오전시간은 왜이렇게 길게만 느껴졌는지 모르겠다. 그 당시의 오전시간은 내게 단지 점심시간을 기다리는 시간이었나보다. 친구들과 밥을 먹고 또 남는시간동안 함께 이야기 나누는 게 하루의 행복이었다.



급식표에 형광펜으로 표시하던 시절(출처: 구글검색)

모든 아이들의 책상 서랍 한 구석, 공책 한 구석에는 그 달의 학교 급식표가 구비되어 있었는데, 매월 초 급식계획표가 나오면 맛있는 메뉴에는 형광펜으로 표시를 했다. 매 주 수요일 잔반없는 날의 메뉴 구성표는 형광펜이 무더기로 있었다. 그 날의 급식에 김치, 현미밥, 샐러드 등 다른 메뉴는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고 오로지 그 날의 메인 메뉴(주로 튀김류, 고기류, 밀가루류였다.)만이 우리들의 관심사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급식은 하루에 필요한 영양소를 골고루 분배하여 구성한 식단이었을텐데, 당시에는 단 한번도 그걸 생각해본적이 없었다. 아마 나는 급식시간을 통해 내 입맛에 맛있는 것, 맛없는 것을 구분하는 것만을 배웠나보다.








첫 번째 점심식사 선택의 기준은 오로지 맛이었다.(feat.대학가 MSG)


그러다 처음으로 내가 먹을 내 점심을 선택하기 시작한 건 바로 대학교 새내기 때부터일것이다. 처음 '급식'을 떠나 점심식단에 자유가 주어졌다보니 당장에 내 혀가 부르는 음식만을 먹기 시작했다. 대학교 근처에 저렴하고도 자극적인 맛의 식당이 많다보니 보통 고르는 것들은 짜고, 맵고, 단 것들이 주 였고 대부분 탄수화물 덩어리였을거다. 그 당시엔 몰랐지만 이런 탄수화물, 설탕은 한번 중독이 되면 그 맛에 길들여져 또 다른 탄수화물, 설탕을 부른다더라. 아마 나도 대학생 때는 나도 모르게 탄수화물의 중독이 되었던게 아닌가 싶다. 중고등학생 시절보다도 내 맘대로 원하는 것을 골라서 먹을 수 있다보니 식사시간이 더없는 즐거움이었다. 내 손으로 선택한 점심식사는 MSG 덩어리들이었다.



맵고 짠 맛의 정석, 마라탕. 이것저것 재료를 넣다보니 왕 커졌다.


그렇게 내가 선택한 점심식사가 탄수화물이 가득한, 달고 짠 음식들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집밥은 멀리하게 됐다. 오히려 괜히 맛이 없게 느껴지고 더 나아가 반찬투정까지 일삼았던 것 같다. 엄마는 항상 왜 이렇게 밥을 조금 먹냐며, 맛이 없냐며 괜히 이런 저런 반찬을 내보기도 했지만 이미 자극적인 음식에 너무 길들여진 탓에 웬만한 집반찬들은 내 입에는 너무 심심했다.







두 번째 점심식사 선택의 기준은 영양 밸런스가 되었다.


직장에 들어가고 제대로 된 첫 자취를 시작하면서 '한 끼'라는 것에 신경을 써보기 시작했다. 하루종일 의자에 앉아있는 일이다보니 점심식사를 너무 많이 먹거나 더부룩하게 먹으면 불편하기도 했고, 살이 계속 쪄가서 헬스를 다니며 PT를 받아봤다. PT를 받으며 가장 크게 배운 게 바로 '건강한 한 끼란 무엇인가'였다. 무조건 칼로리를 적게 먹는다고 좋은 것이 아니고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의 밸런스를 적절하게 구성해서 한끼를 적당량 먹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사실 글로는 이렇게 간단하게 적었지만, 지금까지 건강한 식단으로 식사를 꾸준하게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익히기까지 오랜 기간이 걸렸다.


> 배부르게가 아닌 적당히 먹는 것에 익숙해지기

> 탄수화물 음식, 단백질 음식의 밸런스를 동일하게 맞춰서 식단을 구성하기




비주얼은 실패했지만 나름의 회심작 '라따뚜이'


탄단지의 정석 한끼_닭가슴살, 계란, 단호박, 오이


오랜 기간에 걸쳐 '건강한 식단'에 조금씩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달고 짜고 매운 것에만 익숙해졌던 내가 개별 식재료의 본래의 맛에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고소한 맛, 시원한 맛, 쌉싸름한 맛 등 맛에 대해 느끼는 범위가 넓어졌다. 그리고 매번 배부르게만 먹는 것이 아닌 남은 하루를 에너지있게 살 수 있을 정도의 양을 섭취하여 기분좋은 배부름의 정도를 알게 되었다.


학생 때는 주어진 음식을 받아먹기만 했다보니 만들어지는 과정이나 나에게 맞는 영양성분 구성 등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제 영양 성분에 대해 공부하며 점심식사도 도시락을 직접 싸다니게 되면서 이전에는 먹지 않던 식재료나 음식에도 관심이 가게 됐고 먹어버릇 하게 됐다.




회사 점심시간에 먹는 직접 싼 도시락_닭가슴살, 참치두부전, 현미밥


먹으면 그 순간의 즐거움에만 집중하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한 끼의 시작부터 끝을 함께하는 과정에 대한 성취감, 적당량을 먹는 것에 대한 편안함, 개별 식재료의 맛의 즐거움 등 다양한 영역에서의 감각을 함께 느끼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어른들이 밥을 남기는 자식에게 쌀을 만드는 농부의 마음을 생각하며 감사히 먹으라는 상투적인 말이 이제는 내게 조금은 와닿기도 한다. 내가 만든 음식이다보니 맛이 덜하더라도 조금 더 애틋하고, 조금 더 맛있게 느껴지는 것도 있어서.





매거진의 이전글 나홀로 여행, 계획이 없어도 괜찮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