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망보다는 경계로 알아차리기
한번 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다. 하지만 말의 무게를 항상 인지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방금 한 말이 후회되어 정정하는 정도면 양호하고 어떤 실언을 하고도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도 분명 많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한 말로 알아차리기보다는 남에게 들은 말로부터 그 무게를 실감하게 된다.
얼마 전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사람으로부터 예상하지 못한 말을 들었다. 상대도 반은 농담처럼 친근함의 표시로 한 말이었을 것으로 생각되고 나도 어쩌면 그렇게 받아들일 수도 있었을 말이었다. 하지만 갑자기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고, 마음 이안 좋아졌다. 그리고 혼자서 계속 그 말을 되뇌었다. 마지막에는 눈물도 났다. 그리고 그 하루와 그다음 날, 그다음 날, 그리고 그 주가 끝이 날 때까지 어쩌면 지금까지도 계속 그 말 아래 머무르고 있다. 슬프고, 화가 나고, 원망스럽고, 괘씸하고, 억울한 온갖 감정이 짧은 주기로 왔다 갔다.
그러다 내가 한 말에도 이렇게 똑같이 아니면 훨씬 더 괴롭고 슬퍼했을 누군가가 있을까 궁금해졌다. 분명 있겠지. 적지 않을지도 몰라. 정말 미안하다. 그 사람은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어떻게 이겨냈을까. 지금까지 마음에 담아두고 있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가장 괴로웠던 것은 내가 누구에게 어떤 말로 상처를 주었을 것인지 가늠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말의 무게는 이렇게 무겁고 버거운데, 어쩜 내가 한 말들은 생각도 나지 않는 것인지. 타인으로 인해 다시 한번 알게 된 말의 무게가 원망보다는 경계로 이번에는 더욱 오래, 더 깊이 새겨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