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스테르담에서 여유를 찾아 발버둥 치는 요즘
요즘 나의 화두 중 하나는 암스테르담 시내 복판에서 여유 찾기다. 지금 거주하고 있는 곳은 암스테르담 시내에서도 가장 중심부인 중앙역이 있는 곳으로, 관광객들의 발길이 머무는 곳이다. 이곳에서 한 달 조금 넘는 기간을 머물게 되었다.
사실, 내가 가장 고대했던 동네 중 하나다. 암스테르담의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어 도시를 대표하는 시설들과 공공물들이 즐비한 곳. 나에게 얼마나 많은 영감을 가져다줄지, 얼마나 근사한 카페와 빈티지숍, 편집숍들을 만나게 될지, 이곳에 머무는 순간을 나는 고대하고 또 고대해 왔다.
하지만, 기대와 현실은 달랐다. 일단 동네에서 가장 가까운 마트에 가기 위해 수많은 인파를 통과해야 하는 일상이다. 인구밀도가 높은 서울, 그중에서도 연남동에서 사람들에 몸살을 앓아가며 살던 내가 서울에서의 일상을 다시 그리워할 줄이야. 유럽은 곧 여유가 아니었던가? 도심 한 복판인 이곳에서도 여유를 느끼게 할 장소와 공간이 있겠지? 분명 존재할 텐데... 그곳을 찾아 나서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도시가 나를 스트레스받게 해도 마음 편히 글을 쓸 수 있는 카페와 노란 등을 밝히는 주거공간들이 밀집된 한적한 골목길, 기분 좋게 숨을 들이마실 수 있는 소박한 공원 등. 도심이 아무리 복잡하더라도 나에게 여유를 느끼게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공간이 있다면 나는 살 수 있다.
이곳에서 나를 힘들게 하는 건 거리 곳곳을 가득 메운 사람들뿐만 아니라 다닥다닥 붙어있는 건물, 그 안을 채우고 있는 상업시설들, 특히 커피숍(coffee shop)의 영향도 무시 못한다. 서울에 살면서 내가 가장 힘들었던 건 미세먼지였다. 마음 편하게 숨 쉴 수 없는 게 불행과 맞닿아 있다는 걸 절감하고 이곳에 왔기에 그 고민만큼은 더 이상 하지 않을 줄 알았다. 수많은 인파, 담배 냄새뿐만 아니라 대마 냄새까지 숨을 참고 지나가는 경험이 늘어간다. 길은 또 어떤가. 트램을 위한, 자전거를 위한, 차를 위한 도로를 함께 만들다 보니 인도가 좁아지기도 하는데 두 사람이 손을 잡고 지나가기에도 벅찰 만큼 좁다.
도시에 산다는 건 분명 매력적이다. 무수한 소음과 다채로운 장면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펼쳐지기에 그것들을 재료 삼아 사색에 잠길 수 있고, 도심 속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을 보며 삶과 생에 대해 질문하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을 수도 있다. 맞다. 도시는 글 쓰는 사람에게는 보고다. 도심의 피상만을 놓고 판단하기에 아직 이르다는 걸 알지만, 이곳에서 여유의 싹을 틔울 수 있는 공간을 찾는 게 얼마나 쉽지 않은지 알기에 버겁다.
그럼에도, 이왕 살아보기로 마음은 이상 주어진 환경에서 최대한 열심히 살아봐야겠다. 이곳에 맞는 나만의 여유 찾기는 무엇인지, 걸으며 살피는 일에 마음 상하지 않기로 다짐해 보는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