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이라는 시가 있고 영화가 있고 극 중 주인공 민재가 있다.
오늘은 2021년 크리스마스이브의 이브.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로 이름난 비토섬인데
염소가 갯벌에 빠져 119가 왔다. 굴구이 먹으려 예약한 식당 사장님이 고무 대야로 염소를 구했다며 우리에게 염소가 뻘에 빠진 이야기를 방금 한다.
나도 민재다.
요즘은 여기저기 흔한 민재지만 1975년에는 민자, 민지, 민정이었을 민재다.
해가 지는 방향으로 나와서 손을 흔들어 줘!
라고 말한 친구에게
네가, 시 쓰고 글 써라, 고 나는 매일 말한다.
사천 비토는 지는 해가 멋진 섬이다.
우리는 매일 오후에 진다.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
1
강둑에 앉아 낚시하다가
뭐라도 걸리면
우쭐해서
식구들에게 자랑하며 나눠 먹고 자랐는데
물고기를 실컷 잡아놓고
풀어주는 사람이
친구 하자고 다가오면
영 거슬린다 낚시를 재미로 하는 것이
2
수도를 틀어
숭어를 씻는데
주둥이를 씻고 있는데
돈 받으러 온 남자가 수도꼭지를 잠근다
빚은 빚인데
숭어와 물을 들고 간다
ㅡ 모란. 나의 시. 2021년 마지막 발표작. 시 와편견 겨울호.